수소전기차로 주목받던 니콜라의 창업자 트레버 밀턴이 지난달 29일 미 검찰에 기소됐다. 밀턴은 증권사기와 금융사기 혐의를 받고 있다.
언론을 통해 공개된 뉴욕 남부연방지검 공소장에는 밀턴이 최고경영자(CEO)로 재직하던 2019년 11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주가를 띄우기 위해 제품, 기술, 미래 전망 등에 관해 투자자들을 속인 것으로 기록됐다.
수소 트럭을 앞세운 니콜라는 말 그대로 혜성처럼 등장했다. 2014년 트레버 밀턴이 창업하고 아리조나주에 본사를 세운 니콜라는 미국 발명가 니콜라 테슬라(1856~1943)의 이름을 빌려 사명을 정했다. 전기차 기업 테슬라처럼 니콜라 테슬라의 유명세를 빌려온 것이다. 니콜라는 상용차와 픽업트럭을 개발하는 니콜라 모터 컴퍼니와 수소 충전 인프라를 맡는 니콜라 에너지를 설립하면서 사세를 키웠다.
니콜라는 수소를 앞세워 성장했다. 사세 확장에 결정적인 전기를 마련한 건 지난해 나스닥에 상장하면서다. 니콜라는 작년 6월 나스닥 상장사인 벡토리큐(vectoriQ)를 합병하면서 우회상장에 성공했다. 나스닥 상장 후 주가는 2배 이상 뛰었고 한때는 양산차 기업 포드의 시가총액을 추월하기도 했다.
성공 신화는 오래가지 못했다. 나스닥 상장 3개월만에 추락이 시작됐다. 지난해 9월 힌덴버그리서치가 니콜라의 과장 광고를 폭로하는 보고서를 내놓자 주가가 급락하기 시작했다. 67페이지 분량의 보고서에는 니콜라가 2018년 공개한 수소 세미트럭 주행 영상이 조작됐다는 내용이 담겼다. 수소트럭이 빠르게 달리는 것처럼 보이도록 언덕으로 끌고 간 뒤 밀었다는 것이다.
보고서의 파장은 컸다. 니콜라는 제너럴모터스(GM)와 2조원 규모의 파트너십을 맺기로 했으나 GM의 파기로 투자 계획은 무산됐다. 지난해 중순 79달러까지 치솟았던 주가는 연말 무렵에는 10달러대로 폭락했다. 밀턴은 이사회 의장직에서 물러났다.
아리조나주 쓰레기 수거 업체 리퍼블릭서비스와 맺은 친환경 쓰레기 트럭 생산 협업도 중단됐다. 니콜라는 리퍼블릭서비스에 수소 트럭 5000대를 공급하기로 합의했으나 성사되지 못했다.
니콜라 사태의 파장은 한국으로도 이어졌다. 니콜라 주식을 보유한 한화종합화학과 한화에너지는 지난 7월 초 니콜라 주식 일부를 매각했다. 보유 중인 니콜라 주식 2213만주 중 290만주를 매각했다. 매각 대금은 5367만 달러(615억원)로 공시했다. 한화그룹의 니콜라 지분은 5.6%에서 4.86%로 낮아졌다. 한화는 니콜라와 전략적 제휴 관계를 유지하고 있지만 올해 연말까지 보유 지분 중 절반을 매각할 예정이다.
검찰은 “밀턴은 투자에 전문적이지 않은 개인 투자자를 겨냥해 소셜미디어와 언론 인터뷰를 통해 사실을 호도하는 발언을 일삼았다”며 “사업과 관련해서는 거짓말로 일관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투자자를 상대로 사기 행각을 벌인 것”이라고 강조했다.
검찰은 니콜라 법인은 기소하지 않았다. 하지만 니콜라 주가는 11% 급락했다. 밀턴은 검찰 기소가 모두 인정될 경우 최대 25년의 징역형을 선고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