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디백스)의 왼손 투수 타일러 길버트(28)가 데뷔 첫 선발 등판에서 대기록을 작성했다.
길버트는 14일 피닉스 체이스필드에서 열린 메이저리그(MLB) 샌디에이고와의 홈경기에 선발 등판, 9이닝 동안 3볼넷 5탈삼진 무실점 호투를 펼쳤다.
투구 수는 102개였고 최고 구속은 시속 91.4마일(147.1㎞)로 측정됐다. 길버트의 빠른 공 구속은 90마일 안팎에 불과했지만 다양한 변화구로 타자들의 타이밍을 뺏었다. 아리조나 수비진도 여러차례 호수비를 펼치며 길버트의 호투를 뒷받침했다. 아리조나는 길버트의 노히트노런에 힘입어 7-0 완승을 했다.
길버트는 작년에 야구선수로 활약하지 못했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MLB.com)에 따르면, 길버트는 생활비를 벌기 위해 아버지와 함께 캘리포니아 북부에서 전기 기술자로 일했다. 코로나19 여파로 마이너리그 시즌 전체가 취소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불펜 투구를 통해 감을 유지했고, 올 시즌 MLB 3경기에서 모두 구원 투수로 나와 3⅔이닝 무실점을 기록했다.
빅리그 선발 데뷔전을 가진 길버트는 역사를 만들어냈다. MLB 선발 데뷔전에서 노히트노런을 기록한 것은 길버트가 역대 4번째 선수다. 길버트의 선발 데뷔 노히트노런 기록은 시어도어 브레이텐스테인(1891·세인트루이스), 범퍼스 존스(1892·신시내티), 봅 홀로만(1953·세인트루이스) 이후 68년 만에 나왔다. 1900년대 이후 선발 데뷔전서 노히트노런을 달성한 투수는 길버트 포함 단 2명뿐이다.
1998년 창단한 아리조나 구단 역사에 있어서도 뜻깊은 기록이다. 아리조나 소속으로 노히트노런을 달성한 것은 2004년 랜디 존슨이 최초였다. 이어 에드윈 잭슨이 2010년에 노히트노런을 기록했다. 길버트는 랜디 존슨과 에드윈 잭슨에 이어 노히트노런을 달성한 역대 3번째 아리조나 투수가 됐다. 또한 홈구장인 체이스필드에서 노히트노런을 달성한 최초의 아리조나 투수로 이름을 남겼다.
아리조나는 길버트의 투구 수 제한을 걸어뒀었다. 토레이 로불로 감독은 길버트의 투구 수를 85개로 제한할 계획이었다. 첫 선발 등판에서 많은 투구는 악영향을 끼칠 수 있어서다. 하지만 경기 중반, 로불로 감독은 길버트가 노히트노런을 달성할지도 모른다는 것을 느끼기 시작했다. 코치진도 같은 의견이었다. 결국 아리조나 코치진은 길버트의 투구 수 제한을 105개로 늘리는 데 동의했다. 그리고 결국 길버트는 102개를 던지며 대기록을 작성했다.
길버트는 2015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필라델피아에 지명된 후 마이너리그를 전전하며 경력을 쌓았다. 지난해 2월 LA 다저스로 트레이드된 후 코로나19 여파까지 겹쳐 힘든 시간을 보냈다. 그해 12월 룰5 드래프트로 아리조나로 팀을 옮겼고, 올해 8월 4일 MLB 데뷔전을 치렀다. 이어 이날 선발 데뷔전에서 강렬한 존재감을 심어주며 향후 활약에 대한 기대감을 키웠다.
자신의 부모님과 여자친구, 그리고 여자친구의 부모님 앞에서 세운 대기록이라 감동은 더했다. 길버트는 대기록 수립 후 인터뷰에서 “오늘 완전히 미칠 것 같다”면서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모르겠다”고 감격스러워했다.
한편, 올 시즌 MLB 8번째 노히트노런 기록이다. 이는 오버핸드 투구를 허용한 1884년 작성된 한 시즌 최다 노히트노런 기록과 타이다. 샌디에이고 조 머스그로브(4월 10일), 시카고 화이트삭스 카를로스 로돈(4월 15일), 볼티모어 존 민스(5월 6일), 신시내티 웨이드 마일리(5월 8일), 디트로이트 스펜서 턴불(5월 19일), 뉴욕 양키스 코리 클루버(5월 20일), 시카고 컵스(투수 합작·6월 25일)가 노히트노런을 달성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