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대선 후보로 선출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9일 아리조나주 글렌데일에서 유세를 갖고 경쟁자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정조준하고 나섰다.
해리스 부통령은 전날까지 중부 러스트벨트(미 5대호 연안의 쇠락한 공업지대) 경합주에서 사흘간 유세를 벌인 뒤 이날은 남부 '선벨트' 경합주인 아리조나주를 방문, 지지자들과 만나 법치를 무시하는 트럼프의 발언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그는 "우리가 약진하고 있지만 명백한 '언더독(약자)'"이라며 "나는 트럼프 같은 유형을 잘 알고 있다"며 포문을 열었다.
그는 트럼프 재직 시절 보수 우위로 재편된 연방대법원이 최근 전직 대통령의 재임 중 활동에 대해 폭넓은 면책특권을 인정한 사실을 거론, "그것이 의미하는 바를 생각해 보라"면서 "만약 그가 백악관에 돌아온다면, 공개적으로 언급했다시피 그는 취임 첫날 독재자가 될 것이다. 그는 정적들에 대항해 사법부를 무기화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트럼프가 헌법 파기에 대해 발언한 것을 기억하라"면서 "미국의 헌법을 파기하겠다는 사람을 다시는 대통령의 특권 뒤에 숨게 해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어 트럼프 전 대통령측이 자신에 대한 주요 공격 포인트로 잡고 있는 아리조나 등지의 국경 문제에 대해서도 "우리는 이민체계를 개혁해 강력한 국경 안보와 이민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나 트럼프는 이 문제를 고치는 데에 관심이 없다"면서 "그는 국경 문제가 심각하다고 하면서도 행동하지 않는다"고 역공을 폈다.
특히 해리스 부통령은 "모두 알다시피 우리는 국경안보법을 초당적으로 처리할 수 있었으나 트럼프가 (국경문제를 대선에서 활용하기 위해) 합의를 밀어버렸다"고 비판한 뒤 "내가 대통령이 된다면 나는 그 법안에 서명할 것"이라고도 했다.
이날도 중동 전쟁에 항의하는 일부 시위대가 유세 도중 목소리를 높이자 해리스 부통령은 "지금이 정전 협정을 체결하고 인질들을 집으로 돌려보내야 할 때"라며 "대통령과 나는 정전 협정을 위해 매분 노력하고 있으며, 여러분의 목소리를 존중한다"고 말하며 이들을 달랬다.
부통령 후보인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는 이날 아리조나 유세에서도 한국전쟁에 참전한 아버지의 권유로 군에 입대한 사실 등을 거론하며 친근한 '보통 사람'으로 유권자들의 마음을 파고들었다.
월즈 주지사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아메리카 퍼스트'를 빗대 "해리스 부통령은 '미들 아메리카 퍼스트'(미국의 중산층 우선)를 대변할 것"이라며 "트럼프는 우리나라를 약화시키고 그의 이익만 강화할 것"이라고 대조시켰다.
한편 해리스 캠프는 이날 별도의 성명을 통해 트럼프 전 대통령이 경합주 유세에서 "지나치게 게으르다"고 논평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전날 기자회견에서 해리스 부통령이 민주당 대선 후보로 나선 지 3주가 되도록 기자회견을 회피하고 있다고 비판한 데 대해 트럼프 전 대통령이 경합주 유세에 나서지 않는 것을 받아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