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조나주 피닉스시가 여름철 더위를 식히는 한 방법으로 야심차게 추진했던 ‘쿨 페이브먼트(cool pavement)’ 프로젝트가 좌초 위기에 처했다.
도로를 검은 색 아스팔트가 아닌 흰색 특수도료 소재로 칠해 열을 반사시켜 주위의 온도를 낮추겠다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한 ‘쿨 페이브먼트’는 지난 4년 간 시범도로에 1500만 달러가 소요됐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은 현재 중단된 채로 올해는 시공이 되지 않고 있다.
‘쿨 페이브먼트’는 2020년 피닉스시가 아리조나주립대(ASU)와 협력해 시범지역 도로에 코팅 시험을 하면서 시작됐다.
검은 색 아스팔트가 열을 흡수하는 반면 흰색에 가까운 회색 코팅 도로는 열을 반사할 것이라는 단순한 아이디어라 도심 내 열을 낮추는데 효과가 있을 것이라 보고 사업이 추진됐고, 작년까지 총 100마일 길이의 쿨 페이브먼트가 시공됐다.
그러나 이 프로젝트에 대한 주민들의 의견은 엇갈렸다.
피닉스 주민인 데브 셀저는 “도로 색깔도 이상하고 열기를 낮추는데도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 것 같아 시 당국에 불만을 제기했다”고 말했다.
반면 그의 이웃인 케이티 벡텔은 "도심 열기를 식히는데 도움이 된다면 모든 방법이 시도돼야 한다”며 쿨 페이브먼트를 지지하는 태도를 보였다.
쿨 페이브먼트 효과에 대한 연구 결과도 썩 신통치 않다.
피닉스시 관계자들은 이 코팅이 지면을 거의 12도 더 시원하게 만들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한 연구에 따르면 쿨 페이브먼트 위를 걷는 보행자는 반사된 빛으로 인해 오히려 검은 아스팔트보다 더 뜨겁게 느낄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이 연구에서 낮 동안 쿨 페이브먼트에서 6피트 떨어진 공중의 온도를 측정했더니 불과 0.3도 더 낮게 만드는 효과뿐이라는 결론이 나왔다.
쿨 페이브먼트가 시공된 지역과 그 주변 지역의 온도 차를 측정했을 때도 눈에 띄는 차이가 없는 것으로 한 지역 언론이 보도했다.
그러나 피닉스시 교통부의 엔지니어 라이언 스티븐스는 "도심 지역에서 아스팔트로 포장된 도로가 약 40%를 차지하므로 쿨 페이브먼트를 포함해 여러 프로젝트가 여전히 도심 온도를 낮출 방안으로 연구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올해 들어 쿨 페이브먼트 시공이 되지 않고 있는데 대해서 피닉스 교통부 대변인은 “추가 테스트에서 실란트 문제를 발견했으며, 새로운 제품으로 전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새로운 제품을 어디에, 언제 적용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피닉스시 교통 소위원회 의장도 겸임하고 있는 데브라 스타크 부시장은 “쿨 페이브먼트의 밝은 색으로 인해 빛 반사가 있고 그로 인한 열 부작용도 있기 때문에 이 문제를 해결하려 노력 중에 있다”고 전했다.
쿨 페이브먼트 시공의 비싼 가격도 문제다.
아리조나 주의회가 감사한 자료에 의하면 쿨 페이브먼트 코팅 비용은 일반적인 검정 아스팔트 시공보다 비용이 세 배 가량 비싼 것으로 드러났다.
거기에 쿨 페이브먼트가 빠르게 마모된다는 문제도 지적됐다.
쿨 페이브먼트가 적용된 시범도로 인근에 사는 주민들은 1~2년이 지나면서 쿨 페이브먼트가 여기저기서 벗겨지는 현상이 생겨났고 또한 폭우가 지나간 뒤 코팅이 불어서 일어나는 모습도 있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피닉스시 교통부는 “주민들이 지적하는 마모는 4년 전 시공된 것이기 때문이라 허용할 수 있는 범위라고 본다”며 “쿨 페이브먼트 수명은 8년 정도”라고 밝혔다.
피닉스시 당국은 8월 중 다시 쿨 페이먼트 시공을 재개할 것이라고 말하지만 온도를 낮추는 확실한 효과 증명과 시공 비용 절감, 코팅 수명 연장 등의 문제점을 해결하지 못하면 프로젝트 전체가 중단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