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나에게 있어서 4월은 잔인한 달이었다.
왜냐하면 일년 중 월급이 가장 적은 달이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한국의 4월은 겨울은 아닌데 꽃샘추위 때문에 예쁜 봄 옷을 즐기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는 어정쩡한 날씨에 봄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음산한 날씨가 많은 달이었다.
만우절이라는 이상한 날도 4월을 싫어하게 만드는데 한 몫을 했다.
워낙 잘 속는 탓에 놀림을 많이 당하기도 하고, 이것 저것 마음에 들지 않는 달이었다.
그런데, 특수교사가 되고 나서 4월의 의미를 새롭게 알게 되었다.
바로 4월 2일은 "세계 자페증 인식의 날(World Autism Awareness Day)"인 것을 듣게 되었다.
2007년 UN에서 자폐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조기 진단을 통해 적절한 도움을 주기 위해 지정되었다고 한다.
대표적인 행사로는 "Light UP Blue"라는 캠페인이 있는데 4월 2일에 대표적인 건물이나 장소에서 파란 불을 켜고 사람들이 이 날을 기념하기 위해 파란색 옷을 입는 등의 행사이다.
한국에서도 4월 2일에 공공건물에 파란색 전등을 켜기도 하고 세종문화회관에서 음악회가 열리는 등 기념 행사 등을 한다.
미국에서는 한술 더 떠서 4월 한달을 "자폐증 인식의 달(Autism Awareness Month)"로 정하고 학교에서 특수 교사들을 중심으로 소소한 행사나 교육 프로그램 등을 진행한다.
자폐증 인식의 달(Autism Awareness Month)은 1972년 "미국 자폐증 학회(Autism Society)"에서 대중들에게 자폐증에 대하여 알리고 인식을 개선하고 자폐인들의 사회 통합과 적응을 촉진하기 위해 처음 시작하였으며, 올해에 와서는 행사의 이름을 "자폐증 포용의 달(Autism Acceptance Month)"로 변경한다고 밝혔다.
학교에서 특수 교사 선생님들이 아이들과 동료 교사들에게 한 달 내내 재미있게 풀어 설명한 각종 자폐증 관련 영상과 동화책들을 읽다 보니, 자폐증에 대해 새롭게 알게 된 것들이 많이 있었다.
그 중 몇 가지를 소개하고자 한다.
요즘 들어서 자폐증에 대한 패러다임이 바뀌었다고 한다.
자폐증의 존재를 처음 알게 되었던 시기에는 자폐증의 원인을 부모의 차갑고 애정 없는 양육 태도, 예방접종 부작용, 임신 중 잘못된 약물복용, 환경 오염 등등으로 생각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자폐증은 신경다양성(Neurodiversity) 이라고 규정 짓는다.
즉 자폐증이 질병이 아니라 피부색이나 머리카락이 다양한 것처럼 신경처리 과정이 각 사람마다 다양한 데에서 오는 한 종류라고 보는 것이다.
그렇기에 자폐증은 고쳐야 하거나 치료해야 하는 대상이 아니라고 본다.
다만 사회적으로 잘 도와주고 포용해 주어서 온전한 사회인으로 더불어 살아갈 수 있도록 배려하고 격려해 주어야 하는 사람이라고 보는 것이다.
예전에는 자폐증을 고쳐서 어떻게 해서든 비장애인처럼 보이도록 하는데 교육의 초점이 있었다면 이제는 자폐증을 지닌 사람들이 자기 자신의 가치와 재능을 발견해서 그것을 꽃피우고 사회 속에서 더불어 살아 갈 수 있도록 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는 것으로 패러다임이 전환되고 있는 것이다.
자폐증에 대해 소개하는 영상에서 다음과 같은 문구가 나왔다.
"우리들은 모자란 사람들이 아니예요. (We are not broken.)"
"우리들은 치료가 필요한 것이 아닙니다. (We don't need fixing.)"
"우리들은 정형화 된 틀에 맞추기 위해서가 아닌 우리 본연의 모습대로 살아가기 위해 여러분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We need support to be ourselves, not to fit in)"
마치 왼손잡이인 사람을 억지로 오른손 잡이로 만들려고 연습시키는 것이 아니라 그냥 왼손을 자유롭게 쓰면서 재미있게 살 수 있도록 왼손잡이용 가위, 연필, 손잡이, 운동기구 등을 만들어 주는 것과 같은 맥락이 될 수 있겠다.
이 글을 읽을 때 쯤이면 이미 5월이겠지만 내년에 맞이하는 4월은 좀더 의미 있고 알차게 보낼 수 있을 것 같다.
이제 4월은 내게 있어서 더이상 잔인하고 음산한 달이 아니라 햇빛이 찬란하고 각자의 개성과 처지를 존중해 주고 서로 돕는 친절함과 배려가 넘치는 달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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