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 올스트롬의 ‘자발적 시민 단체’
예일대학교 역사학자였던 시드니 올스트롬(Sydney Ahlstrom) 은 그의 저서<미국 종교역사>(1972)에서 미국을 강하게 만든 요인중의 하나로 ‘자발적인 시민단체’들의 구제와 선행사업을 비중있게 다루었다. 사실 국가가 국민들의 모든 필요를 채워줄 수 있는 기관도 아니며 일개 개인의 선행도 한계가 많음에서 미국은 대개 기독교적 정신을 기반으로 한 무수한 비정부적 자발적 단체들에 의해서 미국사회의 구석진 곳들을 어루만지며 국가가 미치지 못한 부분들을 건강하게 메꾸어 줌으로써 견실한 사회 분위기를 형성해 왔음을 저자는 예리하게 짚어내었다.
피터 버거의 ‘버퍼 존’ (중간 조직체)
동일한 선상에서 보스턴 대학교 사회학 교수인 피터 버거(Peter Berger)도 그의 책 <근대성 대면하기> (1977) 에서 일개 국가내 시민들이 건강한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국가 주도주의와 극단적인 개인주의 양극단을 통합하고 조화할 수 있는 ‘중간 조직체들’ (buffer zone)의 형성이 매우 중요함을 역설하였는데 그런 중간 조직체들로서 가정 공동체, 교회공동체, 그리고 건강하고 다양한 시민 단체 등을 예로 들었다.
아브라함 카이퍼의 ‘영역 주권론’
이런 건강한 중간 매개 조직체들의 존재의 중요성에 대해서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중엽까지 네덜란드에서 왕성하게 교회와 국가와 언론계에서 활동하고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했던 아브라함 카이퍼는 저 유명한 ‘영역 주권론’ (Sphere Sovereignty)을 설파하였다. 그는 그의 이론을 전개하기 전 유구한 서구 유럽역사를 ‘주권론’의 관점에서 조망하는 데 그것은 서구 정치 역사는 국가 주권 지상주의와 개인 주권 지상주의의 양극단 주장이 팽팽한 대립을 이루어왔는데 국가 주권 지상주의는 로마제국의 황제주의, 헤겔에서 완성된 ‘내재된 신으로서의 국가주권’으로 대표되며, 개인 주권 지상주의는 프랑스 민중 혁명으로 대표된다고 보았다. 그러면서 카이퍼는 진정한 주권의 원천은 우주만물을 지으시고 통치하시는 전능하고 유일한 하나님에게 있으며 그 하나님께서 우주 만물 각 영역에 고유한 주권을 위임하신 것으로 본다.
그러면 주권의 원천이며 창시자인 하나님은 어떤 영역에 주권을 부여하시는가? 그것이 바로 국가 가정 그리고 무수한 개별 영역들로서 그 영역들은 한정될 수 없이 많은데 그 무수한 개별 영역마다 하나님께서 고유한 주권을 부여하신다고 그는 보았다. 이런 면에서 이제 무수한 개별영역은 하나님께로 부터 고유한 주권을 부여받았기 때문에 각 영역은 다른 영역에 대해서 간섭하거나 주권을 침해해서는 안되며 상호 존중과 협력을 통해서 보다 더 큰 공동의 선을 이루어 가야한다.
카이퍼가 주창하고 몸소 그 이론을 실천했던 ‘영역주권론’이 중요한 것은 국가가 한 나라안의 상호 영역주권들을 존중하고 단지 영역주권들간의 중립적 조정자의 역할에 머물 때 그 나라는 건강한 무수한 시민단체영역들이 생기면서 보다 더 큰 공동의 선을 이루어 나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국가주권 지상주의와 개인 지상주의는 자유 민주주의체제에서는 결코 용납되어서는 안될 체제 옵션인 것을 깨닫게 된다. 국가 주권 지상주의는 개인 및 건강한 시민단체의 존재를 달가와 하지 않고 일방적이고 독선적인 공권력으로 개인의 자유를 억압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게 될 것이며 한편으로 개인지상주의는 공동의 선을 추구하고자 하는 열망은 없이 무분별하고 방종적인 개인 영달에만 매달릴 수 있음에서 우리는 이런 양극단의 현상이 도래하는 것을 용납해서는 안될 것이다.
안토니오 그람시의 ‘진지전’에 대한 역이용
이탈리아에서 파시즘이 정국을 주도하던 시절 공산주의자였던 안토니오 그람시는 파시즘 체제에 의하여 체포 구금되어 수십년간 투옥생활중 <옥중 단상집>(3권)을 발간하였다. 그 중심내용은 세계 공산주의 혁명의 성과를 반성하는 것으로 소련과 중국 등지에서 이룬 공산주의 혁명의 성과를 ‘기동전’으로 명명하고, 그러나 서방 유럽나라들에서 공산주의가 성공할 수 없었던 주된 요인으로 서구사회 중추를 이루고 있는 시민사회들에 대한 주도권을 형성하지 못한 것에 있음을 착안하고 진정한 공산주의 혁명의 성공을 위해서는 시민사회들에 대한 주도권 형성 즉 ‘진지전’에서 성공해야 함을 역설하였다.
그러면 건강한 시민사회 형성을 위해서 자유 민주주의 시민들이 무엇을 행할 것인가? 그것은 바로 시민사회가 국가 주권 지상주의와 개인 지상주의의 양극단에 매몰되지 않고 상호간의 건강한 견제와 균형속에서 사회와 국가를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자생력을 배양하는 것에 있을 것이다. 이것을 위해 우리는 가정이 더욱 건강한 공동체가 되도록 힘써야 할 것이고, 교회 공동체는 사회와 국가를 위하여 진정한 ‘소금과 빛’의 역할을 수행하고자 노력하며, 모든 시민 단체들은 보편적 가치들인 자유와 평등과 사랑과 화목의 기반위에 영역 주권을 수행하는 데 있을 것이다. 이런면에서 우리 재미 한인 공동체는 분열과 대립과 유사 영역에 대한 월권과 침해를 지양하고 서로의 영역을 존중하며 보다 더 큰 공동의 선을 이루도록 협력하고자 하는 자세를 경주해야 할 것이다.
윤원환 목사. 피닉스 장로교회. 프로비던스 대학교 교무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