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 같은 말 다른 뜻
고래로 동양에서 “용”은 상서로운 상상의 존재로 여겨졌고 특히 일국을 다스리는 왕의 상징으로 사용되었다. 그래서 왕의 정복을 “곤룡포”로 부르는데 그 곤룡포에는 용의 5개의 발톱을 그려넣었다고 한다. 아마도 용의 장식을 가장 많이 애용하는 나라는 중국일 것인데 해마다 갖는 구정 축제의 대표적 등장물은 단연 용모양의 퍼레이드일 것이다.
하지만 기독교 경전인 신구약 성경에서 용은 거룩한 유일신 하나님의 존재와 대척점에 있는 “악의 근원”인 마귀 혹은 사탄의 상징이다. 신약 성경 계시록 20장에 보면, 인류의 종말시 마지막으로 결박당하고 영원한 지옥불로 떨어지는 마귀 혹은 사탄은 “용” 혹은 “옛 뱀”으로 불린다. 이렇게 같은 말인 “용”은 누가 사용하는 가에 따라서 현격한 다른 뜻을 담고 있다.
“별들의 전쟁” 그리고 끝나지 않은 전쟁
성경에 보면 인류가 창조되는 어간 어느 시점에서 천상에서는 하나님의 세력과 마귀의 세력간에 “별들의 전쟁”이 있었는데 그 전쟁에서 패한 마귀와 그의 추종세력은 천상과 지상의 중간계로 내려와 배회하다가 지상 에덴동산에 첫 인류 아담과 하와가 기거하게 되었을 때 마귀는 뱀을 매개로 첫 인간을 유혹하고 결국 자기 편으로 끌어당기는 데 성공한다.
하지만 이런 마귀의 궤계는 곧 실패하고 마는 데 그 이유는 하나님께서 마귀와 첫 인간 사이를 다시 즉각적으로 갈라놓고 첫 인간을 다시 자기편으로 끌어당겼기 때문이다. 이것을 기독교에서는 인간을 향한 하나님의 “구원의 은총” (창3:15)이라고 부른다. 그래서 기독교에서 말하는 “구원”은 하나님이 세계 역사를 통해서 늘 그의 백성과 마귀와 그 추종자들 사이를 갈라놓고 그의 백성을 당신의 편으로 끌어당기는 “거룩한 싸움” (God at War)을 의미한다. 여기서 인류역사가운데 늘 두 부류의 질적으로 전혀 다른 두개의 세력이 공존한다. 하나는 하나님편에 서려는 세력으로서 이것을 어거스틴(Augustine of Hippo)은 “하나님의 도성” (Civitas Dei)이라고 불렀고, 끊임없이 하나님을 대적하려는 세력은 “세상의 도성” (Civitas Mundi) 혹은 “마귀의 도성”으로 불렀다. 어거스틴은 이 세상에서 하나님의 도성과 세상의 도성은 사람들의 눈에 확연하게 보이는 것도 아니고 구별되는 것도 아닌 서로 혼재되어 있는 성격의 실재임을 설파하였다. 하지만 어느정도 두개의 다른 세력의 지상 교두보(Foothold on Earth)를 우리는 인식할 수 있는데 그것은 구약시대 “이스라엘”과 신약시대 “교회”는 “하나님의 도성”의 현현으로 이해되고, 어느시대든지 그런 하나님의 도성을 대적하는 모든 종류의 세상 국가정체와 그것에 동조하는 모든 인간 부류는 “세상의 도성” 혹은 “마귀의 도성”으로 인식된다.
두 단계의 최후 전쟁: “D-Day”와 “V-Day”
독일-이탈리아 동맹군과 자유진영 연합군의 제2차 세계대전에서 연합군에게 결정적 승리의 단초는 프랑스 해변 노르망디 상륙작전(1944년 6월 6일)이었는 바 우리는 이것을 “D-Day”로 부를 수 있을 것이며, 연합군의 최종 승리 즉 “V-Day”는 1945년 5월 8에 있었던 독일의 항복일 것이다.
마찬가지로, “하나님의 도성”과 “세상/마귀의 도성”간의 인류역사를 관통하는 지난한 싸움은 결국 두번에 걸쳐 인간 역사에 들어오시는 하나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의 오심에서 끝장나게 된다. 많은 이들이 “성탄절”로 지키는 예수님의 초림(the First Advent))은 이와같은 상반된 두개의 세력의 투쟁을 종식시키는 기초를 놓는 마치 “D-Day”의 성격을 갖는다면, 예수님의 재림(the Second Advent)은 이미 시작한 세상의 도성 세력을 향한 무장해제 과정의 종식으로서 “V-Day”를 선포하는 것이다.
“하나님의 도성”의 주관자이신 예수님이 세상 마지막에 끝장내실 최후의 전쟁의 양상은 어떤 것인가? 계시록은 천상에서 백마를 탄 재림주 예수님이 칼과 철장과 불을 가지시고 오셔서 그동안 “하나님의 도성” 세력 즉 하나님의 백성(교회)을 괴롭힌 주된 “세상의 도성” 세력인 “짐승”과 “용” 그리고 그들을 추종하던 모든 악의 무리들을 영원한 지옥불에 처넣을 것을 예고한다. 그러면 여기서 말하는 “짐승”은 무엇을 상징하는가? 그것은 바로 하나님과 그의 백성 즉 “하나님의 도성”을 대적하고 늘 괴롭혀 온 온갖 종류의 악한 세상 정권과 시스템을 말하는 것으로서 이 정체는 시대마다 달리 나타나나 본질은 늘 동일한 것으로서 마귀 혹은 “용”의 대리자로서 역할을 담당해 온 것이다. 이런면에서 우리가 알 것은 우리가 현재 발을 디디고 있는 특정 세상 국가는 결코 영원한 것이 아니며 이 세상 끝날 날 예수 그리스도에 의해서 모두 해체되고 오직 “새 하늘과 새 땅”으로 상징되는 영원한 천국이 전개될 것을 인식하는 것이다. 결국 질문은 각 시대 인류는 어떤 세력에 동참하고 소속될 것인가이다. 이 점에 있어서 필자는 많은 사람들이 세상 종말의 당연성과 시급성을 인식하고 “하나님의 도성”에 소속되어 반드시 일어나게 될 영원한 천국으로 들어갈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는 바이다.
윤원환(목사. 피닉스 장로교회. 프로비던스 대학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