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6일 목요일 오전 9시 30분 경.
피오리아에서 비즈니스를 하는 한인 P 씨는 지역번호 (843)으로 시작되는 알지 못하는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전화를 건 남성은 자신을 워싱턴 지역에서 근무하는 IRS 직원이라고 소개했다. 그 남성은 P 씨에게 "현재 당신이 밀린 세금 몇 천 달러가 있다. 이를 지금 당장 해결하지 않으면 15분 뒤 경찰이 찾아가 체포하게 될 것"이라며 엄포를 놨다. 혹시 내가 알지 못하는 세금이 밀려 있었나 걱정이 앞선 P 씨는 이 남성이 알려준 전화번호로 여러 번 통화하며 체납 세금에 대한 내용을 이것저것 묻기 시작했다. 의문의 남성은 자신이 진짜 공무원 임을 증명이라도 하듯 P 씨에게 IRS 배지 넘버 등도 먼저 알려주는 등 나름 주도면밀한 모습을 보이려 했지만 P 씨는 통화를 거듭할수록 '이상하다'라는 생각이 커져갔다. P 씨 본인은 미국 시민권자인데 상대 남성은 '세금 체납으로 미국에서 추방 당할 수 있다'고 겁을 주는 게 대표적인 것이었다.
이에 P 씨는 피오리아 경찰에 바로 전화를 걸어 이 사실을 이야기 했고, 자초지종을 들은 피오리아 경찰 관계자는 "보이스피싱 사기전화"라고 단정하며 절대 남성의 요구를 들어주지 말 것을 당부했다. 이어 이 경찰 관계자는 "동일한 수법의 사기 신고접수가 많다. 하지만 추적이 어려워 제대로 수사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른 한인들이 똑같은 피해를 당할 것을 우려해 보이스피싱 사기사건을 본지에 제보한 P 씨는 "이런 사기가 많다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직접 당해보니 처음에 무척 당황스러웠다. 특히 세금 문제라니 더 그랬던 것 같다"며 "경찰에 신고한 뒤 남성과 다시 통화를 했는데 자신의 정체가 드러나서 그런 지 그 남자는 농담을 하거나 심지어 욕설을 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보이스피싱 사기를 시도한 남성이 걸어온 전화번호는 (843) 534-5759로, 지역번호 (843)은 남성이 주장한 것처럼 워싱턴 지역이 아닌 사우스 캐롤라이나 챨스턴 지역번호이다.
한국과 마찮가지로 미국에서도 세금, 전기비, 수도세 등 공과금과 관련한 각종 전화 보이스피싱 사기가 만연하다.
이들이 주로 쓰는 수법은 ▶세금보고 감사 중 밀린 세금이 신고됐으니 지금 당장 지불하지 않으면 추방당할 수 있다는 협박 ▶신분 도용으로 사기 사건에 개입됐으니 해결 수수료 요구 ▶학비 융자 납입 연체 등의 이유를 대며 지불을 유도하는 것 등이 꼽힌다.
이런 보이스피싱 사기로부터 피해를 막으려면 일단 걸려온 전화번호를 구글에서 검색해 'scam' 전화번호 리스트에 올라 있는 것이 아닌지 확인해보는 게 가장 간편한 방법이다. 하지만 '전화번호 스푸핑(Spoofing.위장)'이라는 수법을 통해 발신번호를 FBI나 국세청(IRS), 이민국 등의 번호로 위장해 전화를 걸어 오는 이들은 상대방의 의심을 덜기 위해 전화 통화 도중 "의심되면 구글에 해당 전화번호 검색을 해보라"고 요구하는 경우도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또 정부 관련 기관의 공식 e메일처럼 로고까지 도용한 e메일을 보내 상대방의 정보를 캐고 피해를 입히는 경우도 있다.
주정부나 시 공무원들은 각종 노티스 혹은 경고를 전화로 거의 하지 않고 공문서로 보내기 때문에 혹시 자신을 공무원이라고 말한다면 문서로 내용을 보내달라고 말해야 한다. 특히 세금과 관련해서는 수상한 전화를 받았을 때 지역 IRS 사무실에 직접 가서 내용을 확인하겠다고 말하고 내 케이스와 대한 파일 번호를 물어보는 것도 사기 피해를 방지할 수 있는 한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