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뻥”하는 소리가 반가워 달려 나가는데 검정고무신 한 짝이 뒤집어 진채 두어 걸음 뒤에서 같이 가자고 바쁜 걸음을 붙잡는다.
길쭉한 나무 막대기가 목을 바치고 건들거리며 돌아가는 시커먼 뻥튀기 기계 앞에는 벌써 동내 아이들이 옹기종기 쪼그리고 앉아 신기한 광경에 초롱초롱한 눈망울을굴리고 청명한 가을 햇살은 아이들의 검은 머리에 반사되어 반짝인다.
깡통으로 만든 화덕에는 아저씨가 돌리는 풍구 바람에 참나무 조각들이 타닥타닥 불꽃을 튀기며 활활 타고 있다.
얼마가 지났을까...
앉아있던 아이들이 일제히 일어나 몇 걸음 물러나며 눈을 질끈 감고 두 손으로 귀를 막는다.
길쭉한 쇠 바구니를 아구리에 대고 아저씨의 “뻥이요”하는 소리에 뽀얀 연기와 함께 달큰하고 고소한 강냉이가 터져 나온다.
밖으로 빠져나온 것을 줍느라 아이들은 바쁘다.
순이 엄마 몇 걸음 가다가 돌아서서 강냉이를 한 줌씩 나누어 주니 아이들은 두 손을 한껏 벌리고 화안한 얼굴에는 행복이 가득하다.
흙바닥에는 양은 양재기와 놋주발에 쌀과 보리, 강냉이 그리고 말린 누룽지가 대 바구니에 담겨 줄지어 차례를 기다린다.
반세기가 지난 지금
뻥튀기 주워 먹던 손에는 스마트 폰이 쥐어져 엄지손가락은 쉴 새가 없고, 뻥튀기 기계가 돌아가던 동내 길가에는 자동차가 즐비하게 주차되어 있다.
“뻥이요”하고 외치던 아저씨의 친근한 외침 대신 트럭을 앞세워 스피커에서 쉼 없이 흘러나오는 뻥튀기 장수의 녹음테이프는 매연을 품어대며 시끄럽게 떠들어 애써재운 아이를 깨운다.
노는 아이 울리고 우는 아이 달래주며 온 동내를 고소하게 물들이던 뻥튀기 아저씨는 추억만 남기고 어디로 갔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