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시초문의 낯선 병명이 호출되던
205 호 병동
긴 숨 내 뱉으며
낯선 인연들과 마주 선 날
아무렴,
때가 아닌데
아직은 내가 기억해야 할 사랑들이
대추나무에 주렁주렁 걸려있다고
아직은 떨기나무 한 그루 제대로 심어보지 못했다고
아직은 속절없는 내 마음 다 새기지 못했다고
아직은 작별을 준비하지 못했다고
아직은.....아직은.....
내 등줄기는
무거운 짐을 실은 낙타가 되어
오아시스를 찾아 긴 여행을 떠난다
순박한 인연들,
그렁 그렁 기도소리 바람으로 실려오고
낯선 인연들께 문안인사 올리는데
꽉 문 입술에서
푸른 풀잎 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