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겨울 한낮
보드라운 햇살
하얀 난쟁이 국화 위를
서성거리는 꿀벌 한 마리
무얼 속삭이는 가.
석양이 지면 돌아오겠다는 한마디.
그 흔한 한마디.
알면서도 번번이 속는 그 한마디.
여린 국화는
여름내 모아 간직했던
감로수를 선뜻 내주고
황혼의 뒤 끝 무렵부터
가슴을 콩닥이는데.
꿀벌은 약속을 까마득히 잊고
골아 떨어지고,
무심한 보름달은 성큼 중천에 오르고
국화는 차갑고 흰 달빛 속에 서서 떨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