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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가지 사이로 시립도록  차가운 하늘로  잠기는 낮달을 본다
늦가을 햇살은 성애처럼 차다
 
주위에 머물던 것들이 하나 둘 사라진다
 
실날같은 기억을 되살려 
사라진 추억을 더듬는다
몇달 새 사라진 이름을 생각하고 
노랗게  변한 가을 잎을 보면
 
가슴에는 싸하게 찬바람이 지난다 
 
언제부터 가을은 우수였을까 
너의 가을은 가냘픈 들풀에서 오고
나의 가을은 너무도 파래서 슬픈 가을 하늘에서 온다
 
마음이 저리도록 허전한 어느 날  오후
서쪽 하늘을 붉게  적신 낙조를보며 
이제는 탐욕스레 움켜만쥐고 살아온 손을 펴고 
 
지아비 찾아 여윈 햇살아래 신작로를  걷는 
시든 들풀처럼 여윈 여인을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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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아리조나 한인문인협회 회원작품] 사막의 떨기나무 -박찬희

    속앓이 기침이 한 계절을 지나도 끝나지 않는다 못다한 이야기 목에 걸린 채 또 다른 계절을 마주 한다 사막의 바람은 햇살 뜨겁게 풀어 마른 잎 타는 아픔으로 콜록댄다 계곡의 키 작은 나무들은 산 자락에 머물러 있고 가시로 남은 기억 껴 안은 떨기나무 ...
    Date2022.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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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아리조나 한인문인협회 회원작품] 영화 미나리 -안현기

    건성 건성 신문에서 줄거리 읽고 TV에서 비평 듣고 이민 일세대의 맘 고생 몸 고생 다 그렇고, 그런 건데 뭔 난리하고 잊고 있었는데, 중년에 들어 선 아들에게서 전화가 왔다. 일 없으면 연락없는 무심한 아이. 무슨 일? 가슴이 철렁한다. 한국말을 모르는 ...
    Date2022.0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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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아리조나 한인문인협회 회원작품] 착한 내일 -권준희

    바쁜틈새 반짝 짬이 났다 금쪽같은 순간 행여 도망갈까 치마폭에 얼른 담아 미룬것 산같이 많은 나 욕심내어 이것, 저곳 손대더니 별것도 못하여 해는 제 길로 미꾸라지 처럼 빠진다 주섬주섬 다시 밀어넣는 답답함 다 태울듯한 석양에 던져주고 나중에... 입...
    Date2022.0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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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아리조나 한인문인협회 회원작품] 아버지 2-최혜령

    시골집 아궁이 불씨는 옅은 빛으로 겨울밤을 밝히고 있다 문풍지 세차게 우는 추운 밤 두터운 솜 이불로 온기를 채우고 있을 때 들려주신 이야기 암행어사 박문수 그때 암행어사가 무척이나 흥미로웠다 아니 어사의 마패가 신기했다 아니 아니 그 이야기를 들...
    Date2022.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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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아리조나 한인문인협회 회원작품] 58년 개띠 -박찬희

    58년 개띠로 명명된 이름이 정겨운 너와 나 해 맑은 청춘의 꼬리 넘나들었던 웃음 꽃이 하얀 서리 꽃 되어 머리 위에 피었습니다 아직은 아직은 청춘이야 겂 없이 목멘 소리가 한 여름 폭염처럼 뜨거운데 삶의 간이역 차창 가에 비쳐진 낯선 얼굴 머뭇 머뭇 ...
    Date2021.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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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아리조나 한인문인협회 회원작품] 계절 손님 -권준희

    더위 쫓은 찬바람에 묻어온 가을 새벽 이슬에 고운색 풀어 여린 코스모스 꽃잎마다 물들여주면 기어이 오고마는 애틋한 손님 ‘그리움’ 왜 이맘때면 오는지 나는 몰라 녹색 지워 홍색 황색 분칠한 단풍이 답하리이다 수도꼭지끝 애절한듯 매달린 ...
    Date2021.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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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아리조나 한인문인협회 회원작품] 시 선 -아이린 우

    나의 눈높이가 너의 큰모습을 못 본 것은 아닌지 나의 편견이 좋은 그네들을 외면하고 살게 한건 아닌지 고정시킨 시선의 힘을 분산시켜 본다 보이지 않던 나의 이기와 고정관념이 민낯을 내밀고 뜨겁게 목젖을 조여온다 세월이 가도 사소하고 아련한 날들의 ...
    Date2021.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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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아리조나 한인문인협회 회원작품] 누가 알려주려나 -권준희

    상식은 누구게나 잘맞는 편안한 옷이어늘 생각속 잣대가 망가지니 물에 빨린 양복처럼 쪼그라졌소 상식은 우주속 소리없이 오가는 반듯한 언어 이거늘 시대가 병들어가니 이왕 푸르던 소나무 일편단심 곧은자태는 땡볕에 뒤틀려 색바란 나무 같구나 쑥쑥 자란...
    Date2021.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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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아리조나 한인문인협회 회원작품] 칠월의 늦장마 -최혜령

    땡볕에 무기력한 삶이 한나절을 졸고 있을때 하지를 지나온 바람이 늦은 비를 몰고 꽃잎을 어루만지며 여름을 가꾸고 있어요 우르르 쾅쾅 천둥 소리는 화들짝 소망을 깨우고 어찌할 바를 모릅니다 비에 젖어 초록초록 물오른 잎새들은 나를 보며 속삭입니다 ...
    Date2021.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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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아리조나 한인문인협회 회원작품] 의식의 곡기를 끊으면 -아이린 우

    철없는 아이가 될까 기억 잃은 노인이 될까 아니면 신선이라도 되어지려나 한가로움이 무한대로 늘어나고 아주 깊은 잠을 잘것같다 푹자고난 눈에 비치는 세상은 낯설고 밝을거다 웃음이 쉴새없이 배실배실 새어나오고 머리는 새털처럼 가벼워 진다 하얗게 비...
    Date2021.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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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 [아리조나 한인문인협회 회원작품] 한 줄기 바람되어 -박찬희

    뜨겁게 달구어진 모랫 바람이 쫓기듯 지나간 오후 한바탕 쏟아진 빗줄기에 노란 신열로 타들어간 잎마른 가시나무 마른 마음이 촉촉하다 뿌리로 숨 쉬고 뿌리로 바라보며 뿌리로 살아 살아서 제 몫을 다하겠다는 암팡진 생각 하나로 견뎌온 시간 어둡고 길었...
    Date2021.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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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 [아리조나 한인문인협회 회원작품] 울엄마 -권준희

    꽉채운 이민가방 풍선꿈도 담아 젊음으로 발딛은 타국살이 눈깜짝새 강산을 다섯번 바꿨더라 소라살 훅 빼먹듯 꽃청춘 훅 빼먹은 세월은 공작새 같던 울엄마 칠면조 스누드처럼 만들고도 도무지 미안해 할 줄 모른다 사슴처럼 뛰던 어제는 어데다 잃고 오리처...
    Date2021.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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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 [아리조나 한인문인협회 회원작품] 추억을 소환하다 -아이린 우

    모처럼 화기애애 했던 얼마전 생일에 지인이 선물해준 Remy XO 를 저녁 식탁에 곁들인다 한모금 천천히 마시는 순간 혀끝을 통해 입안 가득히 퍼지는 익숙한 맛과 향이 추억을 소환한다 카페명동 카운터에 선채로 Remy 잔을 들고 웃으며 담소하는 내가 보인다...
    Date2021.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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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 [아리조나 한인문인협회 회원작품] 친구 -최혜령

    바람 분다 비가 온다 꽃이 질 철은 아닌데도 꽃잎 하나가 떨어졌다 노랑으로 물들었던 이 생의 기억을 고스란히 남겨두고 젖어있는 땅 위에 힘없이 내려앉은 초여름 날 뻐꾸기는 하늘길을 열고자 꽃무더기 위에서 날고있다 뻐꾸욱 겹겹의 꽃잎 사이 비어있는 ...
    Date2021.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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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 [아리조나 한인문인협회 회원작품] 바람의 눈짓 -박찬희

    시가 쓰여 지지 않는다는 푸념에 저물어 가는 햇살마저 잔주름이 더해갑니다 아픔의 기억에서 허우적 대는 네게 살가운 바람 한 올 어깨 다독이며 지납니다 삶은 포기가 아니라고 개척하는 거라고 한 말씀 건넵니다 수많은 기억과 어둠을 헤치고 은하수를 건...
    Date2021.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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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 [아리조나 한인문인협회 회원작품] 미운 털 -권준희

    그리도 가벼워 바람 타고 노는데 미움이 네 등위로 업히니 무게감당 못하고 마음에 추락한다 아파서 보니 미운털 되어 박힌곳엔 가지색갈 멍으로 얼룩져 있어 이리봐도 미웁고 저리보면 더 미워 요동치는 마음은 풍랑만난 배같아 뱃멀미 가슴앓이는 네가 아닌...
    Date2021.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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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 [아리조나 한인문인협회 회원작품] 요 즈 음 -아이린 우

    참 이상한건 나이가 들어 갈수록 이해하고 포기하게 되는것이다 아마도 긴 세월 파도에 쓸려 돌글동글 해지는 조약돌을 닮아 가는게다 하고 싶은일 갖고싶은 것들의 숫자도 하루 하루 사라져 간다 소중한 것의 의미가 바뀌어 가고 세상사 부질없음이 깨달아 ...
    Date2021.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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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 [아리조나 한인문인협회 회원작품] 2020년 -권준희

    우한 서 태어난 빨간괴물로 가장 아름다운 별 지구는 별꼴을 다 봤소 몇달은 기절할듯 기가 막혔고 몇달은 꼼짝마라 갇혀있었고 몇달은 많은걸 빼앗긴채 멀쩡한 얼굴까지 빼앗길까 반절은 감추고 이젠 그냥 살아내고 있다오 달력 꽁지에 붙은 12월 꼴지는 싫...
    Date2021.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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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 [아리조나 한인문인협회 회원작품] 속삭임의 종말 -안현기

    초겨울 한낮 보드라운 햇살 하얀 난쟁이 국화 위를 서성거리는 꿀벌 한 마리 무얼 속삭이는 가. 석양이 지면 돌아오겠다는 한마디. 그 흔한 한마디. 알면서도 번번이 속는 그 한마디. 여린 국화는 여름내 모아 간직했던 감로수를 선뜻 내주고 황혼의 뒤 끝 무...
    Date2021.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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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 [아리조나 한인문인협회 회원작품] 늦 가을 오후 -이범용

    빈 가지 사이로 시립도록 차가운 하늘로 잠기는 낮달을 본다 늦가을 햇살은 성애처럼 차다 주위에 머물던 것들이 하나 둘 사라진다 실날같은 기억을 되살려 사라진 추억을 더듬는다 몇달 새 사라진 이름을 생각하고 노랗게 변한 가을 잎을 보면 가슴에는 싸하...
    Date2021.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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