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가지 사이로 시립도록 차가운 하늘로 잠기는 낮달을 본다
늦가을 햇살은 성애처럼 차다
주위에 머물던 것들이 하나 둘 사라진다
실날같은 기억을 되살려
사라진 추억을 더듬는다
몇달 새 사라진 이름을 생각하고
노랗게 변한 가을 잎을 보면
가슴에는 싸하게 찬바람이 지난다
언제부터 가을은 우수였을까
너의 가을은 가냘픈 들풀에서 오고
나의 가을은 너무도 파래서 슬픈 가을 하늘에서 온다
마음이 저리도록 허전한 어느 날 오후
서쪽 하늘을 붉게 적신 낙조를보며
이제는 탐욕스레 움켜만쥐고 살아온 손을 펴고
지아비 찾아 여윈 햇살아래 신작로를 걷는
시든 들풀처럼 여윈 여인을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