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이 TSMC 수석급 엔지니어 영입을 추진하는 등 파운드리(위탁 생산) ‘인재 쟁탈전’에 본격 뛰어들었다.
중앙처리장치(CPU) 생산 물량 비중이 높은 인텔파운드리서비스(IFS)가 더욱 다양화하고 있는 반도체 제조 노하우를 확보하기 위해 TSMC 출신 인재를 적극적으로 흡수하며 경쟁력 강화에 나서고 있다는 분석이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인텔이 최근 아리조나주 피닉스에 파운드리 팹(fab·공장)을 짓고 있는 TSMC 수석급 엔지니어들의 영입을 적극적으로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TSMC는 피닉스에 400억달러(54조원)를 들여 팹 건설을 진행하고 있다.
인텔도 TSMC와 마찬가지로 아리조나주 챈들러에 300억달러(41조원)를 투자해 신규 팹을 건설하고 있다.
인텔은 2030년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 2위라는 목표를 세우고 TSMC, 삼성전자와의 첨단 공정 경쟁에 사활을 걸고 있다.
지난 6월 대만에서 열린 아시아 최대 컴퓨팅·IT 전시회 ‘컴퓨텍스 2024′에서 진행된 기자 간담회에서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는 “내부 물량을 포함하면 매출액 규모에서 이미 삼성 파운드리를 넘어선 것으로 볼 수 있지만 외부 고객 물량을 확대하기 위한 노력을 강화할 것”이라며 “현재 2㎚(나노미터·10억분의 1m) 이하 첨단 공정을 가동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런 인텔 입장에서는 여러 고객사의 반도체 양산 경험이 풍부한 TSMC 출신 엔지니어 영입이 절실하다.
첨단 공정에서는 제조 수율을 높이는 것뿐만 아니라 고객사와의 협업을 통해 공정을 설계하는 과정이 중요하다.
CPU 외에도 첨단 공정부터 레거시까지 다양한 사업 포트폴리오가 축적된 TSMC 인력을 수급하려는 이유다.
글로벌 1위 파운드리 기업인 TSMC는 안정된 제조 공정 수율뿐만 아니라 고객사에 최적화된 파운드리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광범위한 공정 포트폴리오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TSMC 고객사인 반도체기업 고위 관계자는 “과거 TSMC는 사업성이 미약한 경우에도 자체적으로 제조 레퍼런스를 갖추기 위해 적극적으로 협업을 추진하기도 했다”며 “TSMC를 독보적인 1위로 만든 동력이자 삼성전자, 인텔과의 결정적인 차이점”이라고 했다.
제조 공정뿐만 아니라 공정 데이터 확보를 비롯한 PDK(Process Design Kit) 및 반도체설계자동화(EDA) 등 고객사 유치에 필요한 시뮬레이션 도구 관련 기술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파운드리는 단순 제조뿐만 아니라 고객사인 팹리스(반도체 설계기업)의 개발 비용을 낮추고 공정 효율까지 높일 수 있는 각종 솔루션을 제공한다.
이는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어 반도체를 개발하고, 응용처에 적기에 공급해야 하는 팹리스 기업을 고객사로 유치하기 위해 파운드리 기업이 반드시 갖춰야하는 요소로 꼽힌다.
인텔은 공정 데이터와 PDK, EDA 등 설계 효율을 높일 수 있는 시뮬레이션 도구가 TSMC와 비교할 때 상대적으로 미흡한 편이다.
첨단 반도체를 설계하는 팹리스 입장에서는 개발 비용과 효율을 높이기 위해 이같은 서비스 솔루션이 대단이 중요한데, 고객사 입장에 최적화된 플랫폼을 갖춘 TSMC의 엔지니어를 영입해 이를 보완하려는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