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조나주 피닉스 경찰이 14년간 식물인간 상태로 입원해있던 여성이 갑자기 아이를 출산하던 순간 긴박했던 상황을 담은 당시 통화 녹취 파일을 공개했다.
피닉스의 하시엔다 헬스케어에서는 지난 12월 29일, 어릴 때 익사할 뻔한 사고를 당한 뒤 27년째 식물인간 상태로 누워있던 여성이 남자 아기를 출산하면서 파장이 일었다.
피닉스 경찰은 이 여성의 출산 당시 요양병원 측이 911과 통화한 파일 내용을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요양병원 직원들은 이 여성이 아이를 분만한 후 아이가 숨을 쉬지 않는 것을 발견하고서 911에 전화를 했다. 공개된 통화 녹취 파일에 의하면 자신을 간호사라고 밝힌 한 여성은 "환자 중 한명이 아이를 낳았다. 그의 임신 사실은 전혀 알지 못했다"며 "아이가 죽어가고 있다. 도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여성은 ""아기가 파랗게 변하고 있다"고 수 차례 소리를 지르며 패닉에 빠진 듯한 모습을 보였다. 통화는 911 대원이 응급조치를 알려주면서 5분13초간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현장에 달려온 다른 직원들의 음성도 함께 담겼다. 중반께는 한 직원이 "누가 아기를 낳았다고?"라고 묻자 911에 전화한 간호사가 "저기 봐봐. 아기가 있잖아"라고 말하기도 했다. 다른 직원들은 이 아이에게 심폐소생술을 시행했다. 아이의 숨이 돌아오자 이 직원은 "아이의 호흡이 돌아왔다. 다행이다"라고 말했다.
아메리카 원주민 아파치족은 지역 방송사에 성명을 보내 피해 여성은 29세라면서 "아파치족의 일원"이라고 전했다. 피해 여성의 가족은 병원의 학대와 무관심으로 발생한 이 상황에 큰 충격을 받았지만 "태어난 아이를 데려다 사랑으로 잘 돌볼 것"이라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여성이 입원해 있던 요양원 측이 아리조나 주정부와 유착 관계였다는 의혹이 확산되고 있다.
13일 지역 유력 일간지 '아리조나 리퍼블릭'은 주정부 감독관들이 식물인간 여성의 출산 전에 피닉스의 장기 입원 요양시설로부터 발달장애인들을 퇴원시키길 원했었다고 보도했다.
아리조나 리퍼블릭 보도에 따르면 사건이 일어난 하시엔다 요양병원은 2014년 급여ㆍ이송ㆍ주택관리ㆍ유지ㆍ공급 등의 비용으로 주 정부에 400만 달러를 허위 청구한 혐의로 2016년 조사를 받았다. 그 혐의는 2017년 불기소로 끝났다. 그러나 요양원으로 하여금 재무 기록을 제출하도록 하기 위한 법정 소송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특히 전직 주정부 관리들로부터 요양원 측과 더그 듀시 현 주지사 간의 유착 의혹이 제기돼 관심을 끌고 있다. 요양원 측은 불구가 되고 호흡기를 단 중환자들을 돌보기 위한 주정부 기금으로부터 매년 2000만달러 이상을 보조받아왔다. 그런데 연간 평균 진료비는 고객 1인당 38만6000달러(2012년 기준)으로 미국의 비슷한 시설의 13만4000달러보다 훨씬 비쌌다.
티모시 제프리스 아리조나주 전 경제보건국장과 찰스 로프터스 전 경제보건국 최고 집행 책임자는 요양원의 비위를 조사했다는 이유로 강제로 쫓겨났다며 주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진행 중이다. 제프리스의 경우 2016년 아리조나주 공공안전국에 의해 부당한 기록 관리, 기록 보관 및 총기 창고의 관리 소홀, 6만회의 탄약 구입시 주정부 조달 정책 위반 등 여러 건의 논란으로 강제로 사직했다. 그러나 제프리스는 다음해 경찰 측의 기록이 잘못됐고 악의적이라며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했다. 그는 특히 "윌리엄 티몬스 하시엔다 최고경영자가 조사를 받으면서 매우 완고했고, 듀시 주지사와의 강한 유대 관계를 과시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듀시 주지사의 대변인 엘리자베스 베리는 "주지사는 강간사건에 대해 당혹스러워 했다"며 경제보건국에 의해 제기된 문제점들에 대해 대처하는 데 실패했다는 것을 부인했다. 그녀는 또 "하시엔다가 제프리스ㆍ로푸터스의 2년 임기 후에 강제로 사임하는 데 역할을 한 부분이 없다"고 말했다.
한편 NBC 방송은 과거에도 이런 사실이 있었다고 12일 보도했다.
방송에 따르면 1995년 뉴욕 로체스터 인근의 요양원에서 혼수상태의 29살 여성이 간호조무사에게 성폭행당해 임신했다. 하시엔다 헬스케어 요양병원에서 식물인간 상태의 여성이 아이를 출산한 이번 사건과 달리 당시에는 임신 사실이 일찍 발견됐다. 당시 피해 여성의 부모는 임신 중절에 반대했고, 아기는 이듬해 조산하기는 했지만 건강하게 태어났다.
당시 여성을 치료한 병원에 윤리 자문을 했던 제프리 스파이크 버지니아대 의학대학원 생명의학윤리·인문학센터 겸임교수는 식물인간 상태의 환자에 대해 "인지적 관점에서는 모든 인간적 특질은 이미 사라진 상태"라며 "하지만 생물학적으로는 모든 것이 지극히 정상적"이라고 말했다. 식물인간이라고 해도 임신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NBC는 독일 하이델베르크 대학병원의 수석 신경외과의사인 레츠판 아흐마디 박사를 인용해 뇌사 상태의 산모와 식물인간 산모는 달리 취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흐마디 박사는 "독일에서 뇌사는 죽음으로 규정된다. 따라서 모든 기준은 아기의 생명을 살리고 장기이식에 맞춰져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식물인간은 살아 있다. 따라서 모든 것은 아기와 산모의 목숨을 살리기 위해 해야만 한다는 것에 의문의 여지가 없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