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으로 부동산을 즉석 구매하는 '인스턴트 바잉' 혹은 '아이 바잉'이 트렌드로 떠오르면서 적지 않은 수의 밸리 주택들도 이런 방식으로 매매가 이뤄지고 있다.
피닉스에 거주하는 토라 커그네토는 올해 그의 타운하우스를 팔기로 결정했다.
부동산 에이전트는 그에게 37만5000달러, 많이 받으면 39만 달러를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카펫을 교체하고 페인트를 다시 해야 했다.
68세인 그에게 너무 벅찬 일이었다.
어느 날 그는 질로의 온라인 광고를 보고 사진을 몇 장 올리고 38만2000달러에 오퍼를 냈다.
집을 수리할 필요도 없고 오픈하우스를 할 필요도 없었다.
질로는 현금으로 지불하고 그 집을 구입했다.
그는 1만~1만5000달러가 드는 카펫 교체와 욕실의 카운터톱 그리고 조명을 수리하는 것을 질로에게 떠맡긴 셈이다.
그는 "이 거래에 만족한다. 카펫을 교체하고 페인트를 칠하는데 누구를 고용하는 것은 번거로운 일"이라고 말했다.
피닉스는 아이바잉의 중심지로 부상하고 있다.
새로운 재고와 저렴한 주택들이 뒷받침되면서 시장이 꾸준히 성장하고 있는 것이다.
피닉스에서 이런 즉석 구매는 모든 부동산 거래의 6%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즉석 구매는 아직 미약하지만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질로는 작년에 전국적으로 700채의 주택을 구입했다.
3~5년 내 한 달에 5000채 이상의 주택을 구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위해 질로는 피닉스 오피스에만 200여명의 직원을 고용하고 있다.
아이바이어(iBuyer) 선두주자인 오픈도어는 작년에 1만1000채의 주택을 구입했다.
또 작년에 10억 달러 이상의 자본을 조달했다.
레드핀은 '레드핀 나우'라는 프로그램을 통해서 아리조나, 캘리포니아, 콜로라도, 텍사스 등에서 아이바잉으로 주택을 구입하면서 주택 시장의 분위기를 새롭게 조성하고 있다.
심지어 콜드웰뱅커, 센트리21 등을 소유하고 있는 켈러 윌리엄스, 리얼로지 같은 전통적인 기업들도 즉석 구매 프로그램을 도입했거나 도입할 예정이다.
이러한 추세는 기존 브로커 비즈니스 모델에 위협이 되겠지만 트렌드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부동산 거래의 패러다임 변화에는 실리콘밸리의 기술회사들이 있다.
이 기술회사들은 주거용 부동산 시장에 진입해 버추얼 오픈 하우스, 디지털 클로징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그리고 그들은 주택을 구입한 다음 약간 보수를 한 후에 시장에 내놓는 '인스턴트 바잉(instant buying)'으로 부동산 거래에 직접 뛰어들었다.
투산의 UofA를 졸업하고 오픈도어를 설립한 에릭 우 CEO는 "몇 번의 클릭으로 집을 팔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기술회사들의 '인스턴트 바잉'이나 '아이 바잉'과 같은 수익모델이 계속 성공을 이어갈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주택은 택시와는 다르다.
우버를 잘못 타면 20달러를 되돌려 받고 회의에 약간 늦으면 되지만 주택은 미국인들에게 가장 큰 자산이자 가장 비싼 물건이다.
회의론자들은 두 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한다.
첫째 아이바잉(iBuying)으로 불리는 즉석 구매가 자본 집약적 사업으로 마진이 별로 없어 폭발적 성장이 흐지부지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부동산 업계에 불안정과 위험성을 가져와 또다시 미국 경제를 침체시킬 것이라는 우려다.
레드핀의 CEO 글렌 켈맨은 "어떻게 처분할 것인지 대책 없이 대규모 자본으로 주택을 사들이는 것은 위험을 초래할 수도 있다"고 말하고 "주택시장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스마트폰에서 몇 번의 클릭만으로 집을 판매하겠다는 오픈도어의 에릭 우 CEO 비전은 완성될려면 아직 멀었다는 것이다.
현재 알고리즘은 즉석 구매의 예비 입찰을 결정하는 데 도움은 되지만 최종 결정은 인스펙터가 집을 둘러본 후에 이루어진다.
집의 기초가 깨졌는지 부엌을 리모델링을 해야 할지는 사람이 결정해야 한다.
문제는 주택 시장이 냉각되어 회사가 가치 없는 수천 채의 주택을 소유하고 있을 경우다.
전문가들은 잠재력이 클수록 위험도 크다고 우려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