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 조사를 촉발한 이른바 '우크라이나 스캔들' 고발장에 등장하는 커트 볼커 미 국무부 우크라이나 협상 특별대표의 갑작스러운 사임 소식은 어떻게 세상에 알려졌을까.
볼커 전 대표는 트럼프 대통령 개인 변호사인 루돌프 줄리아니 전 뉴욕 시장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회동을 알선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트럼프 탄핵을 벼르는 하원 외교위원회의 증언 청취 대상이 된 그의 사임은 기성 언론이 아닌 아리조나의 한 대학 학보사 기자 '특종'으로 외부에 알려지게 됐다고 뉴욕타임스(NYT)와 AP통신 등이 지난달 28일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 조사를 촉발한 이른바 '우크라이나 스캔들' 고발장에 등장하는 인물 중 한명이자 미 외교관으로 전 세계를 돌며 외교 관련 협상을 하던 볼커의 거취를 유명 매체의 기자가 아닌 학보사 기자가 발굴해낸 것이다.
특종의 주인공은 아리조나주립대학교(ASU) 학보사 '스테이트 프레스'(The State Press) 편집장이자 이 학교 3학년생인 앤드루 하워드(20)다.
하워드는 학교 문제를 다루는 학보사 기자의 임무를 다했을 뿐이라며 기존의 다른 기사를 취재할 때와 다르게 접근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볼커 특별대표는 이 학교가 운영하는 워싱턴DC 소재 매케인 연구소의 소장이기도 하다.
학보사 기자들은 볼커 특별대표와 학교가 연관돼 있다는 사실을 알고, 볼커 특별대표를 수소문했다가 지난달 27일 저녁 그가 특별대표직에서 사임했다는 익명의 학교 관계자 이야기를 듣게 됐다고 한다.
하워드는 학보사 차원에서 "기성 언론들과 다른 식으로 이야기에 접근해보기로 결정하고 연구소 측에 접근했다"고 취재 배경을 설명했지만, "특종을 기대하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그의 예상과 달리 반응은 즉각적이고 뜨거웠다.
인기 있는 기사라도 온라인 조회 수가 수천건에 그치는데 반해 이 기사는 10만건을 기록했다.
전국적인 매체들도 그의 기사를 뒤따라 보도했다.
기사가 온라인에 게시됐을 때 지역 매체인 '아리조나 리퍼블릭'(The Arizona Republic)에서 부고 담당 인턴으로 일하던 그는 두 가지 일을 동시에 하는 것에 대해 그곳 편집장들에게 사과했다고 말했다.
쏟아지는 축하 문자를 받았다는 그는 "(취재 과정에서) 영감의 순간이 있지는 않았나 기대하는데 그런 순간은 없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하워드의 겸손한 반응과 달리 현직 언론인들은 학보사의 특종에 놀랍다는 반응을 보였다.
NYT 백악관 담당 기자인 매기 하버먼은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대단한 특종"이라며 스테이트 프레스를 칭찬했다.
피닉스에서 성장한 하워드는 대학에서 언론학을 전공한 어머니의 영향으로 언론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고등학교에서도 학교 신문사에서 일했던 그는 대학 진학 후 학보사 일에 몰두하고 있다.
스테이트프레스 책임자이자 자문을 맡은 제이슨 매닝 교수는 학생이 낸 결과에 자랑스럽다며 자신과 다른 교수들이 학생들에게 학교 캠퍼스에서도 그날의 가장 큰 스토리의 새로운 전개 상황을 터뜨릴 수 있다고 말해준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