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프로풋볼(NFL)의 한인계 루키 쿼터백 카일러 머리(22·아리조나 카디널스)가 데뷔 5경기 만에 감격스러운 첫 승을 거뒀다.
머리는 6일 오하이오주 신시내티의 폴브라운스타디움에서 벌어진 신시내티 벵골스와의 NFL 5주 차 경기에서 93러싱 야드, 253패싱 야드 활약으로 26-23 승리를 이끌었다.
외할머니가 한국인인 머리는 지난해 대학 풋볼 최고의 영예인 하이즈먼 트로피를 거머쥐고 올해 4월 NFL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로 아리조나의 지명을 받았다.
첫 시즌부터 아리조나의 주전 쿼터백을 꿰찬 머리는 앞선 4경기에서 1무 3패에 그치며 혹독한 시행착오를 겪는 듯 보였다.
하지만 머리는 이날 쿼터백으로 한층 진화한 모습을 보이며 올 시즌 새롭게 지휘봉을 잡은 클리프 킹스버리 감독과 함께 팀 첫 승을 합작해냈다.
아리조나의 시즌 전적은 1승 1무 3패가 됐고, 신시내티는 5전 전패를 당했다.
머리는 이날 팀이 0-3으로 뒤진 1쿼터 11분 20초에 공을 직접 들고 6야드를 달려 첫 터치다운을 찍었다.
머리는 그동안 줄곧 약점으로 지적된 포켓(오펜시브 맨들이 보호해주는 공간) 안에서 움직임이 이전보다 훨씬 나아진 모습을 보였다.
머리는 포켓 안에서 유연하게 움직이며 신시내티의 태클을 따돌렸고, 상대의 허점이 보이면 과감하게 직접 달려 커리어 한 경기 최다인 93 러싱 야드를 기록했다.
아리조나는 머리의 활약 속에 23-9 리드를 얻었으나 신시내티의 거센 반격에 경기 종료 2분을 남겨두고 스코어는 23-23 동점이 됐다.
그때부터 머리의 진가가 발휘되기 시작했다.
머리는 데이비드 존슨에게 24야드 패스를 성공시킨 데 이어 패스하는 척하면서 24야드를 직접 질주해 31야드 지점에 필드골 기회를 마련했다.
키커 제인 곤살레스가 필드골에 성공하자 승리에 굶주렸던 아리조나 선수들은 얼싸안고 환호했다.
경기 후 머리는 "앞선 경기에서 더 현명하게 플레이했어야 했다"며 "하지만 부정적으로만 생각하고 싶지는 않다. 매 경기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고, 오늘은 패스에서 어느 정도 역할을 해낸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