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의 진주만 공습으로 침몰한 미 해군 함정 두 척이 약 80년 만에 '부활'한다. 원래의 수상함 대신 원자력 에너지로 가동하는 최신예 핵잠수함으로 거듭나 미국을 지키게 된다.
작년 12월 24일 미 해군에 따르면 토머스 모들리 해군장관 직무대행은 해군이 새로 건조할 신속타격(fast-attack) 핵잠수함 두 척에 각각 '아리조나'와 '오클라호마'라는 이름을 붙이기로 했다.
핵추진 항공모함에는 미국의 역대 대통령 이름을 붙이는 것처럼 핵잠수함은 미국을 구성하는 50개주의 명칭을 따 정하는 것이 미 해군의 오랜 관행이다. 하지만 '아리조나'와 '오클라호마'는 단순히 주 이름이란 것 이상의 커다란 의미가 있다.
1941년 12월 7일 일본 항공모함에서 이륙한 전투기들이 하와이 진주만 해군기지를 공습, 군인 2335명과 민간인 68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이는 미국이 2차 대전에 뛰어드는 직접적 계기가 됐다. 당시 진주만에 정박해 있던 전함 아리조나호가 공격을 견디지 못하고 침몰하면서 배에 타고 있던 해군 장병 1177명이 전사했다. 진주만의 미군 희생자 중 절반 이상이 아리조나호와 운명을 함께한 것이다. 전함 오클라호마호 역시 일본군이 투하한 폭탄에 맞아 바다 속으로 가라앉았다. 일부는 가까스로 배에서 탈출했으나 역시 429명의 해군 장병이 배와 나란히 장렬한 최후를 맞았다. 지금도 하와이 오아후의 진주만 기념공원에 가면 두 전함과 전사한 승조원 등을 기리는 추모관을 방문할 수 있다.
모들리 장관 대행은 2차 대전에 참전한 미국인을 가리키는 '가장 위대한 세대'라는 표현을 여러 차례 써 가며 "아리조나와 오클라호마, 이 두 위대한 주에 살고 있는 주민들이 진주만에서 스러져 간 그 영웅들을 영원히 잊지 않고 기억하려는 우리 해군의 소망을 이해하고 지지해준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다"고 말했다.
앞으로 취역할 아리조나와 오클라호마, 두 핵잠수함은 적의 레이다에 탐지되지 않는 강력한 스텔스 기능을 갖출 예정이다. 이를 통해 오랫동안 수중에 머물면서 적의 동태를 감시할 수 있다. 신속타격용 잠수함이란 이름답게 특별한 무장도 갖춰 적이 출현했을 때 재빠른 선제공격이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