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랜드 캐년 국립공원에서 갑작스럽게 불어난 물로 홍수가 일어나 여성 관광객 1명이 숨지고 다른 몇 명은 위험한 격류 속에서 가까스로 구조되었지만 부상을 당한 것으로 국립공원관리국(NPS)이 발표했다.
NPS가 15일 언론에 배포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첫 조난 신고가 접수된 것은 지난 14일부터였다.
콜로라도강 부근의 캠핑장을 휩쓴 돌발홍수로 2명이 실종되고 여러 명이 부상당했다는 신고였다.
구조대는 현장에 도착해서 폭우로 인한 급격한 홍수 속에서 5명을 구조했고 헬리콥터를 동원해 이들을 가까운 병원으로 이송했다.
15일 실종자 한 명이 무사히 생존한 것이 확인됐지만, 다른 한 명인 레베카 코플런드(29)란 여성은 사망한 채로 발견되었다고 국립공원 구조대는 밝혔다.
이들을 처음 발견한 것은 민간여행사의 강물 모험여행 단체였다.
아리조나 북부 지역은 물론 남서부 사막지대에서도 이같은 돌발 홍수가 자주 일어난다고 NPS는 경고했다.
7월 셋째주에 들어 아리조나 여러 지역에서는 기습적인 폭우가 많이 내렸고 그로 인해 그랜드 캐년 남쪽에 위치한 플래그스탭에서도 돌발홍수가 여러 차례 발생했다.
지난 13일 플래그스탭과 글로브 지역이 이틀간의 갑작스런 폭우로 가장 큰 타격을 입었다.
2년 전 발생한 뮤지엄 산불로 인해 나무들이 소실된 뒤 그 '화상 흉터'(산불 이후 '민둥산'처럼 변한 것을 비유한)를 그대로 방치했던 곳의 주변 마을들에 피해가 집중됐다.
나무가 없는 산 경사지에 장맛비가 쏟아지면서 곧바로 인근 도로가 홍수로 잠기거나 진흙탕으로 변했고 차량들이 휩쓸려 내려가기도 했다.
더그 듀시 주지사는 16일 플래그스탭을 포함하는 코코니노 카운티에 비상사태를 선언하고 긴급복구 지원금 20만 달러를 승인했다.
아리조나에서는 올해 들어 벌써 8건의 대형산불이 발생해 6만 에어커 이상의 산림이 잿더미가 됐다.
이에 대규모 산림 소실로 돌발홍수 시 또다른 주민 거주지역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질 우려가 커지고 있다.
돌발홍수로 인한 사고는 투산에서도 발생했다.
투산에 위치한 골더 랜치 소방서가 공개한 영상에 따르면 SUV 차량 한 대가 갑자기 불어난 물에 휩쓸려 하천 가운데 갇히게 됐다.
운전석에 있던 아버지는 어린 두 딸을 데리고 차량 지붕 위로 대피했지만, 사방이 세차게 흐르는 흙탕물로 둘러싸인 상태였다.
다행히 현장에 출동한 5명의 구조대원은 침착하게 딸들을 아버지에게 건네받아 하천 밖으로 구조하는데 성공했고, 아버지에게도 구명조끼를 입힌 뒤 하천 밖으로 데리고 나오며 구조를 마무리했다.
하천 깊이는 무릎 높이에 불과했지만 브이자(V) 대형으로 선 구조대원 5명이 서로 몸을 붙잡고 겨우 이동할 정도로 물살이 거센 상태였다.
골더 랜치 소방서는 구조 영상을 SNS에 공개하며 "아무도 다치지 않고 안전히 집으로 돌아가 정말 다행"이라고 밝혔다.
사고 당일 현지에는 홍수주의보가 발령된 상태로 운전자의 주의가 요구되는 상황이었다.
피마 카운티 교통국은 홍수주의보 소식을 공유하며 "흐르는 물 깊이가 60cm만 돼도 대부분 차량이 쓸려갈 수 있다"며 절대 급류를 건너지 말고 바리케이드가 쳐진 곳에 접근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기상청 한 관계자는 "매년 미국에서 돌발홍수로 인해 숨지는 사람들의 수가 평균 90명에 육박한다"며 "이는 번개로 인해 숨지는 사람들 숫자보다 많다"고 전했다.
아리조나 교통국은 "올해 몬순시즌 시작 이후 내린 비의 양의 이미 작년 몬순 전체 기간 중에 내린 강수량 보다 많다"고 말하고 "건조했던 작년 여름과 달리 금년에 폭우가 잦은 시즌이 될 것으로 보이므로 운전자들은 돌발홍수 위험지역 접근시 유의해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아리조나주는 돌발홍수 경보발령시 사고위험이 있는 지역의 통제 사인이나 명령을 무시하고 차량으로 건너다 고립돼 구조되면 운전자에게 구조에 소요된 비용을 청구할 수 있는 이른 바 '멍청한 운전자법'을 시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