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대통령이 13일 아리조나의 전 공화당 소속 연방상원의원인 제프 플레이크를 터키 대사에 지명했다.
공화당 출신을 발탁한 것도 눈에 띄지만, 플레이크가 20년 가까이 아리조나주를 기반으로 의정활동을 했다는 점이 특히 시선을 끌고 있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아리조나를 기반으로 공화당 대선후보까지 지낸 고 존 매케인 전 공화당 상원의원의 미망인 신디 매케인을 유엔 식량농업기구(FAO) 대사로 지명했다.
정치전문매체 더힐은 플레이크 전 상원의원에 대한 지명은 신디 매케인을 발탁한 직후 나온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보수 성향이 강한 아리조나는 지난 대선에서 바이든 승리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여기서 민주당 후보가 승리한 것은 1996년 빌 클린턴 이후 24년 만이었다. 대선 과정에서 매케인은 줄곧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비판하며 바이든을 지지했고, 플레이크 역시 트럼프를 후보로 선출한 작년 8월 공화당 전당대회 첫날 다른 공화당 의원들과 함께 바이든 지지를 공식 선언했었다.
바이든 대통령으로서는 공화당 출신을 발탁하는 초당적 이미지와 함께 대권 승리에 기여한 아리조나에 대한 보은의 뜻도 담은 것으로 해석된다.
플레이크 지명자는 성명에서 "바이든 정부가 미국 외교정책 최고의 전통인 '당파 정치는 위기 앞에서 멈춰야 한다'는 신조를 재확인했다"며 "미국 외교정책은 초당적일 수 있고 그래야 한다. 그건 저의 신념이며 약속"이라고 말했다.
그는 2001∼2013년 아리조나의 연방하원의원, 2013∼2019년 아리조나 연방상원의원을 지냈다.
트럼프 행정부였던 2017년 트럼프 시대 공화당과 생각이 다르다며 일찌감치 은퇴 선언하며 "대통령, 난 공모하거나 침묵하지 않겠다"며 "정치의 질적 저하와 행정부에서 일부 행동이 정상인 척하는 것을 멈춰야 한다. 그들은 정상이 아니다"라고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그는 트럼프를 비판하는 내용이 담긴 '보수주의자의 양심'이란 책도 썼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전했다.
플레이크 지명자는 "나를 이 직위에 지명한 신뢰에 영광스럽고 겸허해진다"며 "중추적인 직책에 봉사할 기회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한편 플레이크 지명자 앞에는 만만치 않은 과제가 놓여 있다.
미국과 터키는 같은 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이지만 관계가 껄끄럽다.
바이든 대통령은 터키 인권 문제를 줄곧 비판해 왔고,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미국이 이스라엘에 무기를 판매했다며 바이든 대통령을 향해 '피의 손'을 가졌다고 맹비난했다.
두 정상은 지난달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나토 정상회의를 계기로 꼬인 매듭을 조금씩 풀어 가는 중이다.
최근 터키가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군이 철수한 이후 카불공항을 운영하겠다고 제안하면서 이 문제가 양국 사이 간 새로운 협력 분야로 거론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