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조나주 그랜드캐년 동굴 관광지에서 엘리베이터가 고장나는 바람에 관광객 5명이 거의 30여 시간 동안 고립됐다 구조되는 일이 벌어졌다.
지난 10월 23일 일요일 낮 12시경 아리조나주 루트 66번 도로 상의 피치 스프링스에 위치한 지하 60m 지점의 그랜드캐년 동굴 관광지를 찾았던 일가족 5명은 투어가 끝난 뒤에도 다시 지상으로 올라오지 못하고 그대로 지하동굴에 갇히는 일을 맞았다.
지상으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가 갑자기 고장 났기 때문이다.
동굴 관리회사 측은 처음에는 전력 문제로 알고 발전기를 가동했지만 이도 듣지 않았다.
결국 엘리베이터의 기계적 문제로 밝혀졌지만 언제 수리가 완료될 수 있을 지는 장담할 수 없었다.
지상으로 올라올 수 있는 사다리와 계단이 있었지만 20층 높이나 된다는 것이 문제였다.
고립된 관광객 중 70세 노인 둘은 계단과 사다리를 이용해 탈출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나머지 가족들은 그들을 위해 일단 모두가 함께 구조될 때까지 기다리기로 했다.
엘리베이터 수리 시간이 길어져 관광객들이 동굴에 갇힌 시간이 만 하루를 넘어서자 코코니노 카운티 수색구조팀은 의자 모양의 구조기구를 이용해 1명 씩 지상으로 끌어올리기로 결정했다.
구조팀은 관광객들이 불안해하지 않도록 천천히 구조를 진행했으며 1명 구조에 25분 가량이 소요됐다.
결국 10월 24일 오후 8시가 다 되서야 깊숙한 동굴에 발이 묶였던 일가족 관광객 5명은 모두 무사히 구조됐다.
구조된 가족 일원 중 한 명인 셰리 지메넨스는 안전한 구조를 위해 최대한 노력해준 수색구조팀에 대해서 깊은 감사를 표하면서도 반면에 동굴 관광지 관리진 측에는 불만을 숨기지 않았다.
지메넨스는 "동굴 투어 전 분명히 핸디캡을 위한 편의시설이 있다는 것을 확인했지만 실제론 휠체어를 탄 사람이 빠져나갈 수 있는 통로조차 없었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이번 일과는 별개로 같은 장소를 찾았다 역시 엘리베이터 고장으로 10시간 동안 동굴에 발이 묶인 적이 있었다는 펠리시아 씨는 "5개월 그리고 2살 된 아이들과 동굴 관광에 나섰다 힘든 경험을 했다"며 "당시 소방대원들 도움으로 20층 높이의 계단을 아이들과 걸어 올라 탈출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그녀는 동굴에 갇혀 있는 동안 음식을 제공받긴 했지만 그것도 몇 시간이 걸렸다며 동굴 관광지 관리회사를 상대로 법적 소송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동굴 관리회사의 홈페이지에 따르면 이 동굴 지하 모텔은 벽이 없이 개방된 형태의 숙소로, 퀸사이즈 침대와 TV, 냉장고 등을 갖추고 있다.
회사측은 "동굴이 그 자체로 객실이 된다"며 "세상에서 가장 깊고 어둡고 조용한 숙소를 경험해 보라"고 홍보하고 있다.
숙박요금은 2인 1박에 1천달러 가량으로 비싼 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