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아버지와 함께 캘리포니아 주의 요세미티 국립공원 내 암벽 구간인 하프돔을 오르던 아리조나주 벅아이의 여대생이 추락해 사망했다고 NBC 뉴스 등이 보도했다.
그레이스 롤로프(20)는 7월 13일 아버지와 함께 캘리포니아주 요세미티 국립공원 내 하프돔(Half Dome) 암벽 정상에 올랐다.
하프돔은 요세미티에서도 가장 유명하고 위험한 등산 코스 중 하나이다.
그레이스의 아버지 조나단 롤로프는 갑작스럽게 뇌우와 폭우가 쏟아지는 속에서 딸이 하프돔에 설치된 케이블을 붙잡고 내려가던 중 바닥이 젖은 구간에서 미끄러져 추락했다고 말했다.
마리포사 카운티 검시관 사무실은 그레이스가 추락 사고로 사망했음을 확인했다.
아버지 롤로프는 하프돔에 오르게 되었을 때 그레이스가 뛸 듯이 기뻐했다고 떠올렸다.
그는 그레이스가 대단히 섬세하고 매사에 철저한 딸이었다고 말했다.
그녀는 기상 예보를 확인한 뒤 날은 흐리지만 기온이 적당하고 비가 올 가능성이 적은 토요일에 등산을 하자고 제안했다고 한다.
하지만 부녀가 정상에 오른 지 몇 분 만에 갑자기 폭우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롤로프는 “그렇게 험한 폭풍을 본 적이 없었다. 그레이스가 미끄러져 넘어진 건 그때였다. 등산객들을 위해 설치된 나무 발판이 10피트나 사이를 두고 띄엄띄엄 설치되어서 비로 미끄러운 화강암 사이를 위태롭게 걷던 그레이스가 추락한 것이다. 우리 둘 다 등산 경험이 많아서 잘 대처할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워낙 갑작스럽게 불어닥친 폭풍우에 속수무책이었다”고 사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요세미티 국립공원 웹사이트에 따르면, 하프돔 암벽의 케이블 구간은 1919년에 설치되었다.
케이블은 바위에 고정된 쇠 말뚝으로 연결되었으며, 말뚝들 사이에 나무 발판이 놓여있다.
롤로프는 다른 산의 시설들과 비교하며 이번에 사고 난 하프돔 케이블 구간이 얼마나 위험하게 설치되었는지를 지적했다.
그는 자신과 딸이 아리조나주에서 가장 높은 ‘험프리스 피크’를 포함해 여러 봉우리들을 오른 경험 많은 등산가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자신과 딸이 일 년에 몇 번씩 그랜드캐년을 하이킹하기도 했다며 “그랜드캐년 하이킹은 최고의 난이도를 요구한다. 요세미티의 전체 구간은 그랜드캐년에 비하면 신체적으로 더 어렵지는 않지만 문제의 하프돔 케이블 구간은 몹시 위험했다”고 말했다.
이어 롤로프는 “하프돔 암봉이 발을 디딜 수 있는 돌출부가 거의 없는 매끄러운 화강암으로 이루어졌음에도 등산객들을 위한 나무 발판들은 제대로 발걸음을 딛기도 힘들게 약 10피트 간격을 두고 설치되어 있고, 케이블에도 별도의 안전장치가 부착되어 있지 않았다”며 “바닥이 비 등으로 조금이라도 미끄러운 상태에서 이 케이블 구간을 내려가는 행동은 사고를 기다리는 것과 같다”고 덧붙였다.
가족들에 따르면 그레이스는 고등학교 졸업식에서 졸업생 대표로 인사말을 했고, 여러 스포츠 팀을 이끌 정도로 운동신경이 뛰어났었다.
그녀는 아리조나주립대학교(ASU)를 2년 반 만에 졸업하고 모교인 밸리 루터란 고등학교에서 교생 실습에 나설 예정이었다.
아버지 롤로프는 “그레이스는 결단력이 강한 아이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의 가치를 스스로 입증했던 딸이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딸이 낮에는 다운증후군 환자를 돌보고, 밤에는 커피숍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고 말했다.
그녀는 사고가 나기 얼마 전 휴가를 얻어 그랜드캐년을 혼자 하이킹하기도 했다.
아버지 롤로프는 “그레이스는 슈퍼우먼 같았다. 뭐든 불가능이 없었던 아이였다”며 불의의 사고로 갑작스레 딸을 잃은 슬픔을 감추지 못했다.
이번 사고와 관련해 요세미티 국립공원 측은 별다른 성명을 내놓지 않았다.
단지 하프돔 구간에 대해서 공원 측은 “추락 사고는 매우 드물게 발생한다”고 말하면서도 얼마나 자주 사망자가 발생하는지에 대해서는 정확한 통계를 내놓지 않았다.
롤로프는 그레이스의 사망으로 하프돔의 케이블 구간이 더 안전하게 바뀌기를 희망했다.
그의 딸이 그렇게 원할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롤로프는 “딸이 ‘저는 지금 하늘나라에서 잘 있어요. 그러나 다른 등산객들을 위해 뭔가를 하고 싶어요’라고 말할 것”이라며 국립공원 측에 안전강화를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