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닉스 거리 교차로에서 금전 지원을 요청하는 사람들 뒤에 전국적으로 활동하는 조직이 연루돼 있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이들은 "암으로 사망한 아이를 위한 장례비가 필요하다"는 감동적인 메시지를 담은 팻말을 들고 사람들의 동정심을 유도하고 있다.
하지만 조사 결과, 이들의 주장은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크다는 정황이 포착됐다.
지역 방송사인 Arizona’s Family는 피닉스의 주요 거리에서 이 단체를 수개월간 추적했다.
취재에서 금전 요청자들은 대체로 영어를 구사하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한 여성은 암으로 사망한 소녀의 사진이 담긴 팻말을 들고 “이 아이는 내 사촌이고 이틀 전에 사망했으며 장례비가 부족하다”고 스페인어로 말했다.
하지만 팻말의 사진을 자세히 살펴보니 워터마크가 희미하게 남아 있었다.
이를 역이미지 검색에 돌린 결과, 해당 사진은 누구나 접근 가능한 스톡 이미지 사이트에 올라온 사진으로 밝혀졌다.
이 같은 사례는 피닉스에 국한되지 않고 인디애나, 오하이오, 미주리, 테네시 등 여러 주에서도 비슷한 팻말과 상황이 포착됐다.
인디애나 사우스 벤드에서는 유사한 글씨체가 적힌 팻말이 목격됐고, 테네시 내슈빌에서는 이 단체로 보이는 사람들이 기자의 질문을 회피하거나 전화를 하는 척하며 대응을 피했다.
2023년 테네시에서는 한 여성이 팻말을 보여주는 것을 거부하며, 해당 팻말이 "자신의 일(job)"의 일부라고 주장했다.
이듬해, 같은 지역에 다시 나타난 이들은 비슷한 방식으로 활동하며 논란을 일으켰다.
피닉스 주민인 다이애나는 이들의 행동에 의심을 품고 직접 Arizona’s Family에 제보했다.
그녀는 “몇 달 동안 같은 사람들이 같은 옷을 입고 같은 메시지로 돈을 요구하는 모습을 매일 보며 뭔가 이상하다고 느꼈다”며 “이들이 사람들의 선의를 악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피닉스 경찰은 이들의 활동이 시의 공식적 구걸 금지 조례를 위반하지는 않지만, 차량 탑승자에게 금전 기부를 요청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조례에 저촉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경찰이 이 사건에 대해 공식적인 논평을 내놓지 않고 있다.
한편, 캘리포니아 리알토에서는 유사 사례로 몇몇이 체포됐으며, 절도와 사기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다.
당시 경찰은 “의료비나 장례비를 명목으로 금전을 요구하는 사람들을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