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법무부는 11일 보도자료를 통해 아리조나주 리치필드파크에 거주하는 48세 미국인 여성 크리스티나 마리 챕먼이 해외 정보기술(IT) 노동자들의 위장 취업을 도운 혐의를 인정했다고 밝혔다.
챕먼은 이날 워싱턴 D.C. 연방 법원에서 전자기기 사기, 신분 도용, 돈세탁 공모 등 세 가지 혐의에 대해 유죄를 인정했다.
법원 문서에 따르면, 챕먼은 2020년 10월부터 2023년 10월까지 해외 IT 노동자들과 공모해 미국 시민들의 신분을 도용하고 이를 통해 원격 IT 직무에 지원한 후, 거짓 서류를 국토안보부에 제출했다.
챕먼과 북한은 이를 통해 1천700만 달러 이상의 불법 수익을 창출했다고 법무부는 지적하며 이 돈 대부분은 신분 도용된 실제 미국인들의 이름으로 연방 국세청(IRS)에 보고됐다고 덧붙였다.
법무부는 그러나 이 ‘해외 IT 노동자’들이 북한 노동자라는 점을 명확하게 언급하지 않았다.
이 해외 IT 노동자들은 미국의 대기업을 포함한 수백 개 회사에서 일자리를 얻었고, 주로 임시 인력 업체나 계약 회사들을 통해 고용됐다.
챕먼은 자택에서 ‘랩톱 팜’(laptop farm)을 운영하며 미국 기업들로부터 받은 컴퓨터들을 처리했다.
이를 통해 해외 노동자들이 실제로 미국 내에 있는 것처럼 보이게 했고, 그 결과 해외 IT 노동자들은 미국 기업들의 내부 시스템에 접근할 수 있었다.
이로 인해 피해를 입은 미국 기업은 300곳 이상이며, 신분이 도용된 미국인은 70명 이상으로 파악됐다.
검찰 조사관들은 "이들은 약 700만 달러에 달하는 자금을 북한에 송금했다"며 "이 자금은 아마도 북한의 무기 프로그램에 사용됐을 것"이라고 밝혔다.
챕먼에 대한 최종 형량은 오는 6월 16일 선고될 예정이며, 유죄 협상에 따라 양측은 법원이 94개월에서 111개월의 형을 선고할 것을 권고했다고 법무부는 밝혔다.
최근 들어 미국 정부는 북한의 해외 IT 노동자와 이들의 불법 활동을 겨냥한 여러 조치를 내놓고 있다.
앞서 미 법무부는 지난달 23일 국적과 신분을 속이고 미국 IT 회사로부터 일감을 수주한 북한인 2명과 이를 도운 멕시코인 1명, 미국인 2명이 기소됐다고 밝힌 바 있다.
이들 북한인은 위장 취업을 통해 64곳의 미국 기업에서 약 86만 달러를 챙긴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미 국무부와 연방수사국(FBI), 한국 외교부와 경찰청, 국가정보원은 2023년 ‘공동 공익 발표문(PSA)’ 형태의 합동주의보를 통해 북한 IT 노동자들의 취업 수법 등을 공개하면서 미국 기업들의 주의를 당부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