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는 한 해의 달력에
손 지문을 찍으며 보내렵니다
달력을 보며 손가락으로 가리켜
그날그날 눈 맞추며
오늘의 약속들을
마음속에 새겨놓은 지문들을
고이 접어 하늘에 띄웁니다
친척 대소사는
검정 사인펜으로 점찍고
아들딸 낭군님 생일은
빨강 볼펜으로 동그랗게 그려놓고
친구들의 모임은
삼각형 파란색으로 도장 찍지요
일월 이월 삼사 오월 춘삼월이라
새 옷 입고 봄 꽃놀이 그려보고
유월 칠팔월은 아이들 핑계 삼아
물놀이 들놀이 부추기고
구 시월 단풍놀이
친구들의 깔깔대는 웃음소리에 마냥 즐겁고
십일 십이월은
한 해가 다 지나간다는 아쉬움 핑계 삼아
이 친구 저 친구 불러내어 한 잔 걸치며
한 해의 무용담으로 시끌벅적 떠들썩합니다
내일이라 말하는 하늘과 태양은
오늘 이렇게 떠오르며
한 달 두 달 열두 달을 보내렵니다
보낸다고 보내어지는 날들은 없겠지요
나날이 늘 그대의 눈 속에서
나를 기억하고 있을 테니까요
기억하고 있는 한
우린 늘 만나고 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