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문 가을 산마루 눈빛이
민호 할머니네 담장을 기웃댄다
서너평 텃밭에
올망 졸망 새끼 키우듯 바지락 대던
손길로 키운
배추며 무우들과 나눈
푸른 독백만 무성하다
마음놓고 사는일이.아득하다며
턱 찬 숨결로 지탱하던
주름진 넋두리도
새벽 안개 속으로
홀연히 몸 감추셨다
이끼 낀 담벼락 마른 풀입 사이 사이
노란 호박꽃 그 곁에
고추 잠자리 날개짓 요란하다
산다는것이
이렇게 잠자리 한마리 흔들리는
바람으로 서성거리며
그리움 안고 살아가는 일인지 모른다
햇살 가벼이 내리는 마당 한켠
호박꽃 노란 미소 가득하다
민호 할머니 웃음이다
호박꽃 웃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