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집 골목은 그대로였다
세월에 빛 바랜 담장에는
이제 제법 나이든 매화 한 그루
한 조각 구름되어 졸고 있고
샛 노란 개나리는 풍성했다
한 세상 바람 부는 낯선땅 떠돌며
내가 얻은 것은 무엇이고 잃은 것은 무엇일까
처진 어깨를 흔들며
버릇처럼 옛 골목에 들어서면
기억하는가
지나는 바람 나를 반기는데
방울소리처럼 가득했던 피붙이들의 웃음소리
푸근했던 어머니의 발걸음 소리
아버지 연적에서 피어나던 묵향냄새는
꽃바람되어 하늘을 나는가
어디에도 흔적은 없다
석양에 긴 그림자 앞세우고
귀 기울이면 소중했던 우리의 기억은
얇은 울음같은 바람이 되어 내게 소근댄다
'아름다운 추억은 가슴에 있다’고
어둠이 서서히 잠기는 옛집 골목을
나는
쓸쓸히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