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돌아보면 모질다는 세상
잘도 헤쳐 예까지 왔구나
어느 때는 눈보라 몰아치는 산비탈
쫓기는 한 마리 겁먹은 작은 사슴이 되어 달렸지
한때는 연어처럼 거친 여울목도 가쁜 숨 몰아쉬며 거슬러 올라갔지
오색 구름이 보고 싶어
어린 날 나의 꿈이 한 떨기 자색 들꽃으로 환하게 피어있는
산길을 오르면
울창한 누릅나무 하늘을 가리고
여울물 소리 그리워 귀 기울이면
먼 데서 들판을 달려온 바람
귀를 가린다
한 모금 물이 그리워 땅속을 기는
한 줄기 선인장 뿌리가 되어
나는, 무엇을 찾아
설악을 돌아온 이슬 같은 실비처럼
모두가 가버려 발길이 무거운 속초 해변을
새벽 선잠 같은 옅은 어두움이 되어 더듬는가
그래, 나는 안다
인생이 모두들 떠나가버린 속초 해변처럼 또 쓸쓸하고 또 모질지라도
멋지고 장엄하게 아름답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