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항속 황금색 금붕어는
내 속 얘기를 다해도 좋은 상대다
기쁜 얘기
희망에 들뜬 얘기
슬픈 얘기
비밀스런 속 얘기까지
금붕어는
내 얘기를 중간에 가로채는
법도 없이
뻐끔뻐끔 입을 벌리며
다 받아 먹는다
내말을 먹기만하고
아무에게도 옮기지 않는다
산더미처럼 쌓인 스트레스까지도 뻐끔뻐끔 다 삼켜 버린다
요염한 꼬리를 살랑거리며
나의 사랑을 듬북 받던 금붕어
편안한 위안처가 되어주던
금붕어
그 금붕어가 달라졌다
수많은 얘기들을 다 받아먹던 금붕어가
배가 빵빵해지자
삼켰던 내 말들을 도루 뱉어내고 있었다
뻐끔뻐끔 끝도없이
그 말들은
다시 내 입으로 들어와
가슴에 쌓였다
특이한 냄새를 풍기며 낙엽처럼 수북하게.........
금붕어는 훌쭉해진 배를 하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듯이
말끄러미 나를 처다보며
뻐끔 거리고 있었다
요염한 꼬리가 하늘대며 웃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