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수수, 쌀, 땅콩 등을 오래 묵혀 곰팡이가 피면 '아플라톡신'이라는 1급 발암물질이 생길 수 있다.
아플라톡신은 매우 독성이 강해 식품 내 허용기준치가 1억분의 1로 엄격하게 설정되어 있다.
매년 1천600만t의 옥수수가 아플라톡신에 오염되며, 지난 수십년간 이를 방지하는 기술을 개발하려는 시도가 있어 왔다.
아리조나대 연구진은 옥수수의 유전자를 변형해 곰팡이가 피더라도 아플라톡신을 만들지 못하게 하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11일 밝혔다.
아리조나대 연구진은 아플라톡신을 만드는 곰팡이와 이에 감염된 식물 사이에 작은 생체물질인 RNA 조각의 교환이 일어난다는 사실에 착안해 아플라톡신 생성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보고 연구에 돌입했다.
옥수수의 RNA 조각이 곰팡이로 들어가면서 곰팡이의 일부 유전자가 단백질로 발현되지 않도록 간섭할 수 있다.
연구진은 이 RNA 조각을 '트로이 목마'로 삼아 독소를 차단토록 했다.
곰팡이의 독소 생산에 필수적인 효소의 합성을 막는 RNA를 생산하도록 옥수수 유전자를 변형하자, 옥수수에서 이 RNA가 생산돼 곰팡이로 넘어갔다.
곰팡이 세포 안에 들어간 옥수수의 RNA 분자는 곰팡이 RNA와 쌍을 이뤄 효소 합성을 막았고, 이로 인해 독소 생산이 중단됐다.
이런 옥수수는 곰팡이에 감염되더라도 독소가 거의 검출되지 않았다.
연구를 이끈 모니카 슈밋 교수(사진)은 "지금까지 곰팡이 독소를 차단한다는 점 외에 평범한 옥수수와 다른 점을 발견하지는 못했지만, 현장에서 재배되기 전에 차이점을 상세히 연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연구는 '빌&멜린다 게이츠 재단'의 지원으로 수행됐으며 연구 결과는 '사이언스 어드밴스'(Science Advances) 최신호(10일자)에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