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는 약 2000억개의 은하를 품고 있다. 별의 총수는 대략 7x10²²개(700해) 정도 된다고 한다.
'700해'라고 하면 별로 실감이 나지 않지만 지구의 모든 해변과 사막의 모래알갱이 숫자보다 7배 정도 많다고 보면 된다.
이 별들 중에 다른 지성체가 있을 확률은? '우주에 우리만 있는가?'는 우주가 과학의 영역으로 들어온 이래 계속된 질문이다.
이에 대해 20세기 과학자들은 '전파 천문학'이라는 기술을 들고 도전해왔다.
세티(SETI : Search for Extra-Terrestrial Intelligence 외계지성체 탐색) 연구 프로젝트가 그것이다.
내년인 2020년은 세티 프로젝트 60주년이 되는 해다.
그동안 수많은 천재과학자들이 머리를 짜내며 전파 망원경으로 하늘 전체를 샅샅이 훑었지만, 여태껏 우주는 침묵만 고수하고 있다.
아리조나 주립대(ASU) 폴 데이비스 교수가 저술한 '침묵하는 우주'가 지난 4월 한국에서도 번역출간돼 다시 주목을 끌고 있다.
2010년 미국에서 처음 선보인 이 책에서 데이비스 교수는 이제 환갑을 맞은 세티 프로젝트의 어제와 오늘, 내일을 살피면서 '우주의 침묵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등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탐색한다.
과학지성계에는 이 문제에 대해 양론이 있다.
노벨상 수상자인 자크 모노나 프랜시스 크릭 같은 이들은 '생명과 지성의 탄생이 너무나 많은 우연의 연속되어야만 일어날 수 있는 희귀한 사건이므로 우주에는 우리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또 다른 노벨상 수상자인 크리스티앙 드 뒤브 같은 이는 '생명과 지성의 탄생 역시 물리 화학적 법칙의 필연의 산물이므로 우주에는 우리만 있을 수 없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폴 데이비스 교수는 우주에 생명과 지성이 넘쳐날 것이라는 낙관론에는 거리를 둔다.
더구나 외계 생명 지성체가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그들이 '전파 통신 장비'를 이용해 인류와 교신할 것이라는 세티 프로젝트의 기초는 1950년대 문화적 과학적 기술적 한계에 갇힌 낙관적 믿음이라고 일축한다.
지구인에게 존재를 알릴 정도의 외계문명이라면 그것은 고도로 발전한 문명이라는 것, 그런 만큼 현재의 과학기술로는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초과학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극단적으로는 유기 생명체 문명이 아니라 양자컴퓨터를 활용하는 합목적적 자동 슈퍼시스템이라는 비생물학적 지성체 문명일 수도 있다고 상상한다.
데이비스 교수는 세티 프로젝트 폐지를 주장하는 게 아니다.
보다 현실성 있게 접근하지 않으면 지난 60년처럼 앞으로도 '우주의 침묵'만 대면하게 될 거라고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데이비스 교수의 책 '침묵하는 우주'는 세티 프로젝트에 대한 반성문일 뿐 아니라 새로운 청사진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