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을 넘어온 불법이민자에게 물과 음식, 숙소를 제공한 청년 자원봉사자가 징역 20년형에 처할 위기에 놓여 주목받고 있다.
주요 언론들에 따르면 아리조나주에 본부가 있는 이민자구호단체 '노모어데스(No More Deaths)'의 자원봉사자인 스콧 대니얼 워런(37, 사진)은 지난해 1월 국경을 넘어 미국으로 온 온두라스와 엘살바도르 이민자 2명에게 물과 음식, 숙소를 제공했다가 국경수비대에 체포됐다.
아리조나주 검찰은 워런을 불법 이민자를 숨기고 이들의 이동을 도와준 혐의로 기소했고 현재 투산 연방지법에서 배심원 재판이 진행중이다.
워런이 재판에 넘겨진 사이 불법이민자 2명은 조사를 받고 본국으로 추방됐다.
지역 언론들에 따르면 워런은 유죄 판결을 받을 경우 최대 20년의 징역형을 선고받을 수 있다.
워런의 변호사인 그렉 쿠덴달은 지난달 26일 진행된 첫 재판에서 "워런은 탈수, 피로, 발이 피로 물든 사람들을 돕기 위해 인도주의자로서의 의무를 다했을 뿐"이라며 "그는 법적인 행동과 불법 행위 사이의 경계를 잘 알고 있었고 인간적인 친절만 제공한 '착한 사마리아인'"이라고 주장했다.
유엔 및 미국 내 인권 단체들도 "워런의 행위는 구호활동으로 범죄활동이 아니다"라고 지지 서명을 냈다.
"사막에서 개죽음 당해 마땅한 사람은 없다. 이런 죽음을 방지하려 했다고 형을 살아 마땅한 사람도 없다"며 스캇의 부모는 아들에 대한 공소취하 청원운동을 펼쳐 근 13만명의 서명을 받았다.
5월 26일 열린 법정 안은 스캇의 선행을 지지하는 방청객들로 가득했다.
반면 담당 검사는 당시 불법이민자 2명이 웃고 요리하며 촬영한 사진을 보여주며 "이 사건은 인도주의적 지원에 관한 것이 아니라 불법체류자들이 법적인 처벌을 받지 못하도록 며칠 동안 그들을 보호한 행위에 관한 것"이라며 "그들은 아프거나 다친 적이 없었다. 워런은 이들이 국경수비대들을 피해 탈출할 수 있도록 안내했다"고 주장했다.
일반 주민들 중에서도 워런의 행동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이 적지 않다.
워싱턴포스트 온라인 기사에 한 네티즌은 댓글로 "불법이민자들에게 쉴 곳을 제공한 건 인도주의적인 구호를 넘어서 그들을 숨겨주려 했다는 것"이라며 "불법이민자 중에는 전과가 있는 사람들도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워런은 감옥에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워런이 자원봉사를 한 단체 '노모어데스'는 지난 2004년 설립됐다.
이들은 주로 아리조나주 아호(Ajo)와 멕시코 국경지대에 위치한 40마일 길이의 사막에 음식과 물을 가져다 놓는 활동을 한다.
국경을 넘어 이 지역을 지나가는 이들이 언제든 먹을 수 있도록 구호품을 비치해두는 것이다.
스페인어로 물을 뜻하는 '아구아(Agua)'라고 적힌 물병은 이 단체의 상징물이기도 하다.
노모어데스가 이런 활동을 하는 건 아리조나 국경지대에 있는 사막을 지나면서 탈수 등으로 목숨을 잃는 불법이민자들이 많기 때문이다.
인디펜던트지는 "아리조나주 피마 카운티가 지난 2000년부터 2017년까지 이 사막지대에서 시신 2800구를 수습했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한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반이민 정책을 확대시키는 가운데 진행되는 이 재판은 결과에 따라 앞으로 미국에서 불법이민자를 지원하는 인도주의 단체들의 활동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전망이다.
가디언지는 "워런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조치는 상징적인 것이 분명하다"고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반이민 기조를 내세우며 멕시코 국경지대에서 넘어오는 중남미 이민자들을 막기 위해 강경책을 쓰고 있는데 벌어진 사안이란 점에서다.
지난 7일 미국은 멕시코가 국경지대 경비를 강화해 불법이민자들이 더 이상 미국으로 넘어오지 못하게 하는 조건으로 당초 멕시코 수입품에 관세 5%를 부과하겠다는 계획을 철회하기도 했다.
미 세관국경보호국(CBP)에 따르면 지난달 미국의 남쪽 멕시코 국경을 통해 불법으로 입국했다가 당국에 체포돼 구금된 사람들의 수는 총 13만2887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