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감염자가 144만명을 넘어선 15일 그랜드캐년 일부가 한달 보름만에 문을 다시 열었다.
그랜드캐년 국립공원 관리국 측은 사람들이 몰릴 것을 우려해 이날부터 18일까지는 오전 6시부터 10시까지 하루 4시간만 특정 출입구와 뷰포인트를 다시 열기로 했고, 메모리얼데이(5월25일)까지 점차 개방 장소와 시간을 늘려가기로 했다.
AP통신은 "관광객들이 코로나19 우려 속에서도 재개장한 그랜드캐년을 방문했다"면서 관광객들은 이번 재개장 소식을 반기고 있지만, 공원 내에서 살고 있는 원주민들은 코로나19 확산을 우려하면서 '캐년 폐쇄'를 원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랜드캐년이 다시 문을 연 15일 오전 7시30분부터 수십명이 경관을 즐겼다.
그랜드캐년은 지난 4월 1일부터 모든 입구와 뷰포인트의 문을 닫았다.
한달 보름만에 사우스림 일부 지역을 재개장했지만 상업시설은 여전히 문을 닫는다.
사람들이 몰릴 수 있는 하이킹 트레일과 방문자센터, 호텔과 레스토랑 등은 열지 않는다.
공원 관리국은 "물과 음식을 직접 준비해야 하고, 손세정제도 꼭 챙겨와야 한다"며 "일부 간이 화장실만 이용할 수 있다"고 전했다.
10명 미만이 다녀야하고, 공공장소에서는 마스크를 써야 하는 등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를 그대로 따라야 한다.
풍광이 이어지는 20마일의 도로에 걸어서 접근할 수 있고, 일부 뷰포인트만 문을 열었다.
관광객들은 그랜드캐년이 다시 열린 것을 반기지만 그 주위에 사는 거주자들은 이번 재개장을 반대해왔다.
코로나19 확산 우려 탓이다.
인디언 원주민 자치지역인 나바호 네이션의 조나단 네즈 대통령은 "관광객이 가져오는 경제적 이익을 환영하지만, 우리는 지난 4월 1일 캐년이 문을 닫을 당시의 부정적인 영향을 여전히 두려워하고 있다. 우리는 코로나19 수치가 긍정적일 정도로 평탄해질 때까지 공원이 폐쇄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나바호 네이션 주민들의 우려는 괜한 것이 아니다.
아리조나, 뉴멕시코, 유타주 등지에 걸쳐 약 2만7000 스퀘어 마일 땅에 17만3000여명이 살고 있는 나바호 네이션은 미국에서 가장 큰 인디언 원주민 자치구이다.
이번 코로나19 사태가 터지면서 나바호 네이션은 아리조나 내에서도 코로나 바이러스에 가장 심각한 타격을 받은 지역으로 손꼽힌다.
나바호 자치구 보건부가 지난 16일 최종 업데이트한 통계를 보면, 코로나19 누적 확진자는 3912명이고 사망자는 140명이다.
검사자 중 양성 판정을 받은 비율을 뜻하는 양성 확진율은 아리조나주의 양성 확진율의 9배에 달한다.
그뿐만이 아니라 나바호 네이션의 인구수 당 코로나19 감염자 퍼센테이지는 2.34%로 코로나 전염이 가장 심각한 뉴욕주의 2.28%보다 더 높아 전국 1위를 보이고 있다.
나바호 자치구는 야간통행금지, 집 밖으로의 외출금지 등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시해 왔지만 코로나19의 공격 앞에선 속수무책이었다.
그렇다면 나바호 자치구는 왜 이런 상황에 처하게 됐을까?
우선 사회기반 시설이 열악한 환경이기 때문이다.
주민의 약 30%는 지역 공공시설에서 식수를 끌어와야 한다.
또 주민 30%는 전기 이용에 어려움을 겪고, 60%는 인터넷에 접근할 수 없다.
때문에 보건당국의 정기적인 발표 내용을 접하는 데 제한이 따른다.
응급실은 있지만 병원은 부족하고 주민들은 당뇨와 천식, 암 등의 기저질환을 앓고 있는 이들도 다수다.
이는 나바호 자치구에서 개발되다 이제는 버려진 500개 이상의 우라늄 광산과 관련이 있다고 언론들은 보고 있다.
또한 웨스트버지니아주만한 대규모 토지 면적에 식료품점은 단 13개뿐이다.
이는 식료품을 사기 위해 넒은 면적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한곳에 모인다는 것을 의미하고, 그 만큼 코로나19 감염 위험도 높아진다.
인구밀도가 낮은 만큼 물리적 거리 두기가 용이할 것처럼 보이지만, 여러 세대가 한 가구에 모여 살고, 아픈 사람을 격리한다는 것을 받아들이기 어려운 문화 때문에 가족을 통한 전염이 일어나고 있다고 언론들은 전했다.
그럼에도 나바호족 원주민들은 '회복력'을 언급했다.
조나단 네즈 대통령은 최근 인터뷰에서 "우리는 원주민 섬멸작전 속에서도 인내했고, 살아남았다. 우리는 우리의 자원과 지혜를 활용해 이 위기를 극복해나갈 것"이라고 긍정적인 자세를 잃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