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코로나19 감염으로 인한 사망자 수치가 상당히 줄어들었다고는 하지만 아리조나의 코로나19 감염 확진자는 1만6000명, 사망자 역시 800명선을 넘어서고 있어 여전히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에 대한 우려가 큰 상황이다. 그러나 이런 우려조차 주지사의 자택격리 해제 선언 이후 처음으로 맞는 연휴를 야외에서 보내려는 아리조나 주민들의 발길을 막지는 못했다.
메모리얼 데이 연휴 토요일이던 지난 23일. 아리조나 북부지역으로 향하는 I-17 하이웨이는 이미 오전 일찌감치부터 긴 차량 정체가 시작됐다. 아리조나 교통부는 오전 10시 발송한 메시지를 통해 앤썸에서부터 블랙캐년 시티까지의 15마일 구간에서 차량 정체가 이어지고 있다고 전하고 운전자들은 이에 대한 대비를 하라고 조언했다.
특히 더워진 날씨 탓에 많은 아리조나 주민들은 강과 호수로 몰렸다.
피닉스 인근에 위치한 레이크 플레전트에는 메모리얼 데이 연휴 기간동안 호수를 찾는 사람들로 몸살을 앓았다. 호수로 들어가기 위한 차들이 토요일 아침 일찍부터 몰리면서 금새 수용한계치에 다다르자 공원관리국은 오전 11시부터 차량진입을 차단했다.
차량진입 차단은 오후 4시에나 해제됐다. 레이크 플레전트를 관리하는 마리코파 카운티 셰리프국의 카일 글랜시 경관은 "연휴 기간동안 무척 바빴다. 자택격리에 답답함을 느끼던 주민들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와 수영과 보트, 제트스키를 즐기는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레이크 플레전트에서 보트 대여를 하는 웨스트사이드 레크리에이션의 대표 닉 델로렌조는 "정말 미친 듯이 바빴다. 문을 닫아야 했던 스프링 브레이크 때의 손실을 어느 정도 회복한 것 같다"며 "이제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된만큼 앞으로 상황은 더 나아질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밸리 인근의 대표적인 여름 휴양지로 손꼽히는 솔트리버에도 더위를 식히기 위한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튜브에 올라타 흐르는 강물에 몸을 맡기고 대자연을 만끽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은 이른 아침부터 솔트리버를 찾아 긴줄을 만들어 냈다. 줄은 선 사람들 중 한 명인 조이 윈스테드는 "코로나19에 대해 특별히 걱정하지는 않는다. 주위에 사람들이 가까이 서 있는 것 역시 큰 문제가 될 건 없다"는 생각을 밝혔다.
아리조나주 서쪽 모하비 카운티에 위치한 대표적인 물놀이 관광명소 레이크 하바수는 연휴 기간동안 북새통을 이뤘다. 레이크 하바수 관광서비스의 책임자 잰 카시스는 "올해 메모리얼 데이 연휴가 작년 연휴 때보다 더 많은 관광객들이 찾아온 것 같다"며 "말 그대로 '풀 하우스'였다"고 전했다. 카시스는 "특히 캘리포니아에서 온 관광객들이 많았다"며 "보트를 띄우는 선착장은 정말 길고 긴 줄들이 늘어섰다"고 덧붙였다. 불과 1개월 전만 해도 호수 폐쇄 명령으로 인적을 찾아보기 힘들었던 것과 비교해 180도 상반된 장면에 주민들은 다시 찾은 활력을 반길만 하지만 반드시 그런 분위기는 아니었다. 레이크 하바수의 칼 쉬이 시장은 "다시 돌아와준 관광객들을 환영한다"면서도 사회적 거리두기와 개인위생 관리에 관광객들 스스로가 꼭 신경을 써달라고 간곡히 호소했다. 관광서비스국의 카시스 역시 "몇몇 파티 명소에서는 많은 관광객들이 뒤엉켜 술을 마시고 춤을 추는 장면이 목격된다"며 "책임감 있게 행동해달라"고 요구했다. 모하비 카운티에서는 메모리얼 데이 연휴 기준으로 총 319명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왔으며 사망자 37명을 기록하고 있다.
물놀이 관광지뿐만 아니라 유명 도심지나 쇼핑공간에도 사람들이 몰렸다. 레스토랑과 쇼핑센터가 밀집한 스카츠데일 올드타운은 연휴 기간 내내 사람들로 북적였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무시하고 마스크도 쓰지 않은 사람들로 가득 찬 스카츠데일 올드타운의 레스토랑과 나이트클럽 모습은 사진과 영상 등으로 소셜미디어에 대거 업로드 돼 많은 이들의 우려를 사기도 했다. 이런 모습을 접한 스카츠데일의 짐 레인 시장은 "무척 불안한 장면들"이라고 표현했다. 레인 시장은 "사회적 거리두기와 개인 스스로의 주의 그리고 사업체들이 권고된 방역 가이드라인을 준수하지 않는다면 코로나19는 더 빨리 확산돼 심각한 피해를 다시 끼치게 될 것"이라며 "우리 자신을 위해 올바른 일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