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닉스의 시즌이 종료됐다.
피닉스 선즈는 11일 피닉스 풋프린트 센터에서 열린 2023 NBA 플레이오프 2라운드 6차전 덴버 너게츠와의 경기에서 100-125로 패했다.
피닉스는 올해 트레이드 데드라인에서 가장 뜨거운 팀이었다.
NBA 최고의 득점원 중 한 명인 케빈 듀란트를 영입했기 때문이다.
듀란트의 영입은 구단의 운명을 건 올인이었다.
얻는 만큼 잃는 것도 많았다.
피닉스가 애지중지하던 젊은 윙 미칼 브릿지스와 캠 존슨, 그리고 비보호 1라운드 지명권 4장이 반대급부로 넘어갔다.
듀란트 합류 후 피닉스는 나쁘지 않은 저력을 과시했다.
부상으로 결장 기간이 길어지긴 했지만, 듀란트가 나선 정규시즌 경기에서 피닉스는 8전 전승을 기록했다.
플레이오프에서의 선전이 기대되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이번에도 피닉스의 우승은 허락되지 않았다.
1라운드에서 클리퍼스를 4승 1패로 누른 피닉스는 2라운드에서 만난 1번 시드 덴버에 2승 4패로 패하며 컨퍼런스 파이널 진출에 실패했다.
덴버가 피닉스보다 훨씬 안정적인 전력을 구축한 팀이라는 것이 드러난 시리즈였다.
노쇠화 기미를 보이고 있는 1985년생 베테랑 크리스 폴이 부상으로 빠진 공백이 컸고, 디안드레 에이튼 또한 마지막 경기가 된 6차전에 뛰지 못했다.
하지만 두 선수가 나왔더라도 과연 결과가 뒤집혔을지에 대한 의문이 들 정도로 6차전에 나타난 경기력의 차이는 컸다.
듀란트 영입 과정에서 더 얇아진 뎁스가 끝내 피닉스의 발목을 잡았다.
듀란트를 데려오면서 미래 자원을 다 끌어썼기 때문에 피닉스가 추가적인 보강을 가져갈 여유는 없었다.
없는 살림에 주전으로 발탁된 조쉬 오코기가 결국 로테이션 아웃될 정도로 피닉스의 선수층은 두텁지 못했다.
그 결과 고스란히 원투펀치인 부커와 듀란트의 부담만 커졌다.
듀란트와 부커 모두 플레이오프 평균 42분 이상의 출전 시간을 기록했고, 결국 지쳐버린 부커는 6차전에서 침묵하고 말았다.
그렇지만 플레이오프 내내 역대급 퍼포먼스를 펼친 부커를 탓할 수는 없다.
과감한 투자로 듀란트라는 스타를 품었지만 결과는 지난 시즌과 똑같은 2라운드 탈락.
더 우울한 점은 피닉스의 상황이 현시점에서 크게 나아지기 힘들다는 것이다.
팀의 핵심인 폴과 듀란트는 전성기에서 내려오는 시기다.
샐러리 캡도 이미 한계치에 도달했고, 드래프트 픽도 대거 소진했기에 전력 보강도 쉽지 않다.
꾸준히 에이튼의 트레이드 소문이 나돌고 있지만 그를 내보낸다고 드라마틱한 반전이 있을지는 미지수다.
그런 가운데 피닉스가 브루클린으로 떠나보낸 미칼 브릿지스는 이적 후 평균 26.1점을 올리며 슈퍼스타로의 성장을 예고했다.
여러 모로 씁쓸한 피닉스의 시즌 마무리가 아닐 수 없다.
피닉스의 비극은 계속되고 있다.
피닉스는 1992년 제프 호나섹, 팀 페리, 앤드류 랭 세 명의 선수를 주고 필라델피아로부터 드림팀 득점왕 찰스 바클리를 영입했다.
바클리는 25.6점, 12.2리바운드, 5.1어시스트의 성적으로 피닉스를 62승 서부 1위로 이끌었고 정규리그 MVP까지 차지했다.
파이널까지 승승장구한 피닉스는 최전성기 마이클 조던의 시카고에게 6차전에서 무너졌다.
바클리는 진통제까지 맞아가며 부상투혼을 발휘했지만 조던의 파이널 평균 최다 41점 대활약에 가렸다.
6차전 막판까지 승기를 잡았던 피닉스는 존 팩슨의 역전 3점슛 한 방에 무너졌다.
2000년대 스티브 내쉬 시대에도 피닉스는 지독하게 운이 없었다.
피닉스는 내쉬를 선장으로 아마레 스타더마이어, 숀 매리언과 함께 공격농구를 표방하며 ‘런앤건’ 스타일로 인기를 끌었지만 결정적인 우승은 하지 못했다.
내쉬는 피닉스를 서부 정상으로 이끌며 2005-2006 2년 연속 MVP를 차지했다.
하지만 피닉스는 고비 때마다 샌안토니오와 레이커스에게 발목을 잡히며 파이널조차 밟아보지 못했다.
내쉬는 비운의 MVP로 남았다.
피닉스는 2020년 크리스 폴과 압둘 네이더를 얻는 조건으로 통 큰 트레이드를 단행한 뒤 다시 한 번 초대형 트레이드로 듀란트를 영입하며 ‘윈 나우’를 외쳤던 피닉스는 또 또 또 좌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