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캘리포니아주 애너하임 에인절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 메이저리그 아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 LA 에인절스의 경기를 앞두고 두 선수가 많은 주목을 받았다.
아리조나 6번타자 좌익수로 선발 출장한 도미닉 플레처(26)와 에인절스 9번타자 유격수 데이비드 플레처(29) 형제의 메이저리그 첫 맞대결이었다.
두 선수의 맞대결은 극적으로 이뤄졌다.
먼저 6월 24일 에인절스가 데이비드를 메이저리그에 콜업했고, 이날 도미닉이 트리플A를 떠나 애너하임 원정에 합류하면서 경기 직전에 만나게 됐다.
도미닉은 경기 전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에 "오늘이 에인절스와 경기인 줄도 모르고 왔다"며 급했던 콜업 순간을 전했다.
두 선수는 이번 시즌 트리플A에서 마주친 적이 있지만 메이저리그에서 만나는 기분은 남다를 것.
데이비드는 "정말 멋진 일이다. 그리고 우리는 항상 메이저리그 맞대결이 언젠가 일어날 것이라고 믿어왔다"며 의미있는 경기를 앞둔 소감을 전했다.
또 하나 특별한 것은 약 보름 전인 6월 13일 그들의 아버지 팀 플레처가 급작스럽게 세상을 떠났기 때문.
도미닉은 "아버지는 매일 밤 TV를 켜두고 아들들이 나오는 2경기를 동시에 봤다. 오늘은 아마도 그의 가장 자랑스러운 순간 중 하나였을 거다. 만약 오늘 그가 여기서 경기를 봤다면 가장 좋아했을 것"이라며 아쉬워했다.
아버지를 대신해 어머니 페르난다 플레처와 다른 가족들, 친구들이 에인절스타디움을 찾았다.
이들은 지난 3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이탈리아 대표팀으로 호흡을 맞추기도 했다.
2013년 형이 먼저 사이프레스 고등학교 야구부를 졸업한 뒤 처음 같은 팀에서 뛰었다.
두 선수의 고향인 오렌지시는 캘리포니아에 위치해 있어 에인절스타디움에서 첫 맞대결을 펼치는 것도 남다른 의미가 있다.
도미닉은 "에인절스전인 것을 알고 형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받지 않아서 나를 피한다고 생각했다"며 농담을 건넸고 옆에서 이를 듣고 있던 데이비드는 "솔직히 부재중 전화가 온지도 몰랐다"고 맞받아쳤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는 "두 선수는 3살 차이가 나지만 항상 친하게 지냈고 정기적으로 소통했다. 그들은 기술적인 것보다 서로 멘탈적인 부분을 도우려고 노력한다"고 전했다.
도미닉은 "우리는 서로 다른 타자다. 나는 좌타자고 형은 우타자다. 조금씩 다르다"며 기술적인 부분을 터치하지 않는 이유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