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에서 미국으로 육로를 통해 국경을 넘는 불법 이민자들이 뜨거운 햇볕과 척박한 기후 속에 열 관련 질환으로 사망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고 미 당국이 경고했다.
3일 미 국경순찰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순찰대원들은 아리조나주를 포함한 남서부 국경에서 고온에 장시간 노출돼 사망한 이민자 103명을 발견했고 열 관련 질환자 5091명을 구조했다.
국경순찰대는 지난달 30일 보도자료에서 9세 소년이 어머니를 따라 걸어서 국경을 넘어오던 중 숨진 사례를 구체적으로 알리기도 했다.
지난달 15일 오후 9시 40분께 캘리포니아주 샌타크루즈 보안관 사무실이 아리조나주 투산 순찰대 구역에서 걸려 온 911 조난 신고를 접수했다.
신고한 여성은 두 명의 미성년 자녀와 함께 이동 중에 9세 아들이 발작 증세를 보인다며 도움을 요청했다.
아리조나주 노갈레스 국경순찰대가 주 방위군 항공대에 지원을 요청, 이들의 GPS 좌표를 추적한 뒤 해당 지점으로 출동해 9세 소년을 사와리타 병원으로 이송했지만, 이틀 뒤인 17일 오후 8시 44분께 두번째로 옮겨진 메사의 한 병원에서 사망했다.
이들이 있던 국경 지대는 자동차로 갈 수 없는 곳이어서 국경순찰대원들이 ATV를 타고 이동해 아이를 구급차로 데려와야 했고, 병원에 이송하기까지 1시간이 넘게 걸렸다.
숨진 아이의 어머니는 세관국경보호국 면담에서 자신과 아이들이 15일 오전 2시 30분께 신원을 알 수 없는 다른 남성과 함께 국경을 넘어왔다고 진술했다.
또 아들이 이전에는 별다른 건강 문제가 없었으며 도보로 이동하던 중 극심한 더위가 죽음의 원인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여성은 당시 1시간 반 동안 수분을 섭취하지 못한 상태에서 아들의 상태가 점점 심각해지자 911 신고를 결심했다고 덧붙였다.
진술에 따르면 아이들이 최소 17시간 동안 험한 길을 걸어서 이동한 것이다.
이날 오후 투산의 낮 최고기온은 화씨 110도 정도였던 것으로 관측됐다.
국경순찰대는 소셜미디어에서 "극단적인 더위가 서남부 국경에 계속해서 영향을 주고 있다"며 "불법적으로 국경을 넘기 위해 당신의 목숨을 걸지 말라"고 재차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