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3월 아리조나주에서 자율주행을 시험하던 우버 차량이 사람을 치어 숨지게 한 사고와 관련해 당시 우버 보조운전자였던 40대 여성이 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다.
아리조나주 마리코파 카운티 검찰총장실은 우버 차량의 교통사고에 연루돼 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된 라파엘라 바스케스(49)가 마리코파 고등법원에서 보호관찰 3년 형을 선고받았다고 7월 28일 밝혔다.
2018년 3월 18일 밤, 바스케스는 자율주행을 시험하던 우버 차량 볼보 XC90에 보조운전자로 타고 있다가 아리조나주 템피에서 자전거를 몰고 도로를 횡단하던 엘레인 허츠버그를 치어 숨지게 한 혐의를 받았다.
깜깜한 도로에서 자전거를 끌고 길을 건너는 여성을 발견한 우버의 자율주행차 시스템은 ‘멘붕’에 빠졌다.
정체를 파악해야 어떻게 대응할지 정할 수 있는데, ‘자전거를 끌고 무단 횡단하는 사람’은 시스템의 예상 범위 내에 없었기 때문이다.
결국 차량이 제때 멈추지 못해 이 여성은 차에 치여 목숨을 잃었다.
이 사고는 자율주행 차량이 일으킨 첫 사망 사고로 기록됐다.
바스케스는 사고 당시 노래 경연대회 프로그램인 '더 보이스'(The Voice)를 자신의 휴대전화기로 시청하고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바스케스의 변호사는 우버가 자율주행을 시험하고 있었으므로 이 사고에 대한 책임을 일부 부담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검찰은 우버를 기소하지 않았다.
미 연방교통안전위원회(NTSB)도 2019년 11월, 바스케스가 차량의 주행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은 것이 사고의 주요 원인이라고 결론지었다.
다만 NTSB는 우버가 차량에 장착한 소프트웨어가 허츠버그를 보행자로 감지하지 못했고, 운전자가 안일하게 자율주행에 의존하는 문제를 해결하지 않은 잘못 등 우버 측의 책임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 사건 이후 우버는 아리조나에서 자율주행 시험 차량을 철수시켰고, 다른 업체들도 자율주행을 이용한 차량 호출 서비스 진출을 늦췄다.
마리코파 카운티 검사 레이첼 미셸은 "운전자가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이 무엇이든 간에 도로 위나 차 안에 있는 모든 사람의 안전이 항상 최우선 순위가 돼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판사가 감경 및 가중 요인에 따라 적절한 형량을 선고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이번 판결로 자율주행차 사고에 대한 책임 논란이 일단락됐다고 보긴 힘들다.
자율주행 기술의 수준에 따라 교통사고 시 운전자나 차주, 제조사 간에 법적, 윤리적 책임의 적정선을 놓고 논쟁이 이어질 공산이 크다.
다만 자율주행 기술의 완전성이 입증되기 전까진 운전자의 책임이 ‘0’이 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한편 완전 자율주행차 시대가 오려면 아직 갈 길이 멀다.
자율주행 기술 단계는 레벨 0∼5까지 총 6단계로 나뉘는데, 위험 상황에서도 시스템 스스로 대처하는 레벨 4 수준 이상의 차량을 상용화한 업체는 없다.
비상시에만 운전자가 운전대를 잡는 레벨 3 수준에 도달한 기업도 메르세데스벤츠 등 일부 기업들뿐이다.
예상만큼 성과가 나오지 않자 포드 등은 자율주행차에 대한 투자를 축소하면서 기대수준을 낮추는 분위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