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장의 신발 사진이 방송을 타면서 관심을 모은 적이 있다.
7월 21일 피닉스 지역 한 방송사가 보도한 이 신발 사진의 주인공은 챈들러 샌본 초등학교에서 도서관 사서로 일하고 있는 존 자네직.
사진 속 신발 바닥의 밑창은 너덜너덜해진 상태다.
돈을 아낀다고 신발 하나를 오래 신은 것이 아니라 자네직의 신발 밑창은 아리조나의 뜨거운 아스팔트 열기 때문에 부분적으로 녹아내려 버린 것.
방과 후 아이들의 하교를 돕는 자네직은 7월 초 30분 정도 횡단보도 안내를 하고 건물 안으로 들어가려다 넘어질 뻔 했다.
신발 밑창이 뜨거운 아스팔트 열기 때문에 녹아버린 탓이었다.
이처럼 아리조나 한 여름의 아스팔트 열기는 무시무시하다.
피닉스의 한여름 낮의 아스팔트 온도는 최고 180도(화씨 기준)까지 치솟는다.
이 정도 온도는 사람에게 2~3도 화상을 바로 입힐 수 있는 열기다.
기록적인 폭염이 7월 내내 이어지면서 피닉스를 비롯한 밸리 곳곳에서 아스팔트에 신체 부위를 데이는 화상 환자들이 속출하고 있다.
NBC 방송 등에 따르면 아리조나 화상센터 소속 의사 케빈 포스터는 올여름 신규 환자 수가 이미 작년 수준을 뛰어넘었다고 밝혔다.
입원 환자 45명 가운데 3분의 1은 콘크리트나 아스팔트 표면에 접촉해 심각한 화상을 입은 경우라고 그는 설명했다.
포스터는 "여름이 바쁜 시기여서 그리 놀랄 일은 아니지만 그 수가 예상치보다 높게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화상 환자의 대부분은 고령층 또는 어린이들이다.
폭염으로 인해 쉽게 주저앉게 되거나 넘어진 뒤 빠르게 일어서는 데 어려움을 겪는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화상을 입게 된다는 설명이다.
70대 남성 크리스토퍼 맬컴도 기온이 화씨 110도까지 치솟을 당시 버스정류장 바닥에 앉았다가 화상을 입었다.
맬컴은 NBC와의 인터뷰에서 "청바지를 입고 있었는데도 화상을 입을 정도로 인도가 뜨거웠던 것 같다"고 사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포스터 박사에 따르면 이 밖에 탈수 증세를 보이는 마약 복용자들이 인도 위에서 쓰러져 화상을 입기도 한다.
그는 차 내부 또는 어두운 색의 아스팔트 표면은 기온보다 훨씬 높은 온도까지 달궈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기상청 관계자들은 도로의 표면 온도가 끓는점에 가까운 수준에 도달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포스터 박사는 "뜨거운 표면에 머무를 경우 일사병이나 화상 등 문제가 생기기까지 10~15분밖에 안 걸린다"며 일부 환자들은 피부 이식이 필요한 3도 화상을 입는다고 지적했다.
이런 경우에는 수 차례의 수술과 수 년이 소요되는 재건 치료를 받아야 할 수도 있다.
또한 그는 안전벨트의 금속 부품 등 차 안 물건에 접촉했다가 가벼운 화상을 입어 병원을 찾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덧붙였다.
아스팔트 화상환자의 1/3 가량은 거리의 노숙자들이다.
포스터 박사는 “사람들이 마약을 사용하다가 쓰러지면 주변에 도와줄 사람이 없는 상황일 때가 많고, 일정 기간 동안 의식을 잃는 경우가 상당수”라며 “결과적으로 보다 심각한 화상을 입거나 심하면 사망에 이른다”고 말했다.
아리조나 마리코파 카운티 연합체 히트릴리프네트워크는 냉각 및 수화 사이트 235곳을 도입해 주민들이 에어컨과 물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매주 수백명의 주민들이 사이트를 찾고 있으며 대부분은 노숙인들이다.
아리조나 화상센터의 기록에 따르면 2020년 기온이 급상승했을 때 뜨거운 아스팔트에서 화상을 입은 환자 92명이 치료를 받았고 이 수치는 2021년에 71명으로 감소했다가 작년에는 85명으로 다시 증가했다.
아리조나 화상센터 측은 화상을 입었을 때 얼음을 대면 얼음 화상으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얼음을 대지 말고 차가운 물이나 상온의 물로 화상 부위를 씻은 다음 덮어주는 것이 가장 좋은 1차 처치 방법이라고 전했다.
한편 사람뿐 아니라 애완동물도 조심해야 하는 상황이다.
미국 수의학회(American Veterinary Medical Association) 회장인 레나 칼슨 박사는 동물들도 뜨거운 콘크리트나 아스팔트 위를 걷다가 화상을 입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칼슨 박사는 이를 대비해 강아지를 산책시켜야 할 때에는 아침 일찍이나 밤 늦게, 최소한의 시간만 외출할 것을 권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