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7년 6월 13일 이른 아침 아리조나주 중부 프레스캇의 썸뷰트 트레일.
23세 여대생 캐서린 캐시 스포시토(하단 사진)은 자전거를 타고 이곳에 도착한 뒤 하이킹을 하다 갑작스럽게 공격을 당했다.
그가 비명을 질렀고 등산객들이 달려왔지만 목숨을 구할 수는 없었다.
스포시토는 돌과 렌치로 머리를 맞고 총으로 눈을 쏘였으며 칼로 다시 공격을 당하는 등 잔인하게 살해됐다.
항상 안전한 곳으로 여겨졌던 썸뷰트 트레일에서 엽기적인 살인 사건이 발생하자 지역사회는 충격에 빠졌다.
36년 간 해결되지 않았던 프레스캇 트레일 살인 사건의 범인이 드디어 확인됐다고 AP통신, 로앤크라임 등이 지난달 25일 보도했다.
프레스캇을 관할하는 야바파이 카운티 셰리프국의 데이빗 로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브라이언 스콧 베넷(상단 사진)이 1987년 스포시토 사망 사건 범인이라는 유전자정보(DNA) 증거가 나왔다”고 발표했다.
살인범 베넷은 사건 발생 당시 16살로 프레스캇 한 고등학교에 재학 중이었다.
수사 당국은 지난해 11월 영장을 받아 베넷의 시신을 발굴했다.
이미 1994년 스스로 목숨을 끊긴 했으나, 베넷이 사건 용의자로 간주됐기 때문이다.
수사관들은 지난 3월이 돼서야 살인에 사용된 피 묻은 렌치에서 나온 DNA가 베넷의 것임을 확인했다.
로앤크라임은 “DNA 분석 기술의 발전 때문에 사건의 범인을 확인할 수 있었다”라고 전했다.
수십 년 된 강력사건을 끝까지 놓지 않고 있었던 야바파이 카운티 셰리프국의 노력이 마침내 빛을 발한 순간이었다.
첫번째 범행 케이스인 스포시토 건 이외에도 베넷은 확인된 것만 3건의 추가범행을 더 저질렀다.
1990년 4월, 베넷은 스포시토를 살해했던 같은 트레일, 같은 시간대에 두 번째 피해자를 잔인하게 공격하고 성폭행했다.
피해자는 남자 친구와 함께 캠핑을 하고 있었다.
그녀는 썸뷰트 트레일로 혼자 하이킹을 나섰고 얼마 뒤 베넷이 뒤에서 돌로 공격해 성폭행을 당했다.
성폭행 후 베넷은 숲으로 달아났다.
베넷은 또한 1990년 7월, 아리조나주 치노 밸리에서 한 소녀를 성폭행하려 시도하다 체포됐지만 목격자들의 증언이 상충하면서 무죄판결을 받았다.
당시 한 파티에 갔던 베넷은 술에 취해 침대에 누워있던 소녀를 성폭행하려다 다른 파티 참가자들에 의해 발각돼 도망쳤다 경찰에 검거됐었다.
1993년 6월 2일에는 프레스캇 우체국에서 한 여성에게 칼을 들이대며 납치한 뒤 여러차례 성폭행을 한 혐의로 체포됐다.
경찰이 베넷과 피해 여성이 탄 차를 세우는 바람에 피해 여성은 간신히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도 베넷은 결국 무죄로 풀려났다.
역시 증거 부족, 증언 불일치 등의 이유에서였다.
1년 후 베넷은 원래 살던 켄터키주로 돌아간 뒤 22구경 권총으로 생을 마감했다.
로드 보안관은 “베넷이 거리낌 없이 행동했던 빈도를 고려할 때 이러한 (공격) 사례가 단 4건에 불과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라고 설명했다.
수사 당국은 인근에서 발생했던 유사한 성폭행 사건들의 증거도 베넷의 DNA와 대조해 볼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