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조나 한인들에게 이른 바 '한국 종각'으로 알려진 한국전 기념조형물이 낙태권 보호를 주장하는 일부 시위대들에 의해 훼손되는 일이 발생했다.
하지만 다행이도 그 피해는 크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 종각'은 아리조나 주의회 앞에 조성된 웨슬리 볼린 메모리얼 파크 내에 자리하고 있다.
2차세계대전, 한국전, 베트남 전쟁 등에 참가했다 사망한 호국영령들을 추모하기 위해 만들어진 웨슬리 볼린 메모리얼 파크 내에 한국전쟁에서 목숨을 잃은 아리조나 출신 참전용사들을 기리기 위해 세워진 조형물이 바로 '한국 종각'이다.
1990년 초, 한국정부와 아리조나 주정부가 비용을 함께 부담해 세웠으며, 팔각정 모양의 정자 내부에는 서울대에서 제작한 한국종이 매달려 있다.
모양뿐만 아니라 그 의의도 깊어 한인단체들은 3.1절 행사 등을 주로 이 '한국 종각'에서 열어왔다.
종각이 피해를 입게 된 것은 지난 6월 24일과 25일 사이로 추정된다.
연방대법원이 기존의 낙태권 보장을 폐지하는 결정을 내리자 피닉스 주의회 앞에서도 이를 규탄하는 수천명이 모이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다.
일부 과격시위대들이 주의회 건물 안으로 진입을 시도하자 공공안전국 경관들이 최루탄을 쏴 시위대를 해산시켰다.
흩어진 시위대는 바로 귀가하지 않고 웨슬리 볼린 메모리얼 파크에 삼삼오오 모여 시위를 이어갔고 그들 중 일부는 '한국 종각'을 비롯한 추모공원 내 조형물에 스프레이 페인트를 칠하는 행동을 저질렀다.
시위가 있은 뒤 보도된 지역 주류언론에서 '한국 종각'도 스프레이 페인트 테러의 대상이 됐다는 것을 알게 된 본지는 6월 30일 '한국 종각'을 직접 찾아가 피해 정도를 살펴봤다.
확인 결과, 종이 매달린 팔각정 주조형물에선 다행히 피해가 발견되지 않았고, 종 자체도 훼손 여부는 보이지 않았다.
다만, 팔각정으로 들어가는 입구에 선 마중문 한쪽 기둥엔 페인트 스프레이 테러를 당한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추모공원 관리부 측이 일단 페인트 흔적을 임시로 지워놓긴 했지만 아직 재도색이 된 상태는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