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을 가만히 펼쳐 본다
첫 아이를 낳았을 때 처럼
신기하고 예쁘다
그 흔하다는 시집이
내게 이토록 소중한 건
평생 시를 사랑하고
쓰고 발표 했음에도
시집으로 묶어 내는 일이
이제서야 마무리 됐기 때문이다
세상사는 이야기 사랑얘기
추억 그리움 인연
그리고...
내밀한 곳에 숨겨둔 비밀까지
가슴을 스쳐간
수많은 느낌과 기억들을
책으로 엮어 한 눈에 볼수 있다니
긴 세월 어깨를 누르고 있던
크고 작은 근심이
단숨에 날아가 버리는 것 같다
고마운 얼굴들이
시집 위로
주마등처럼 지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