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문을 환영합니다.
AZ 포스트::문학
조회 수 90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수정 삭제
newaa.jpg



모니카는 마침내 엄마가 되었다. 임신 사실을 알았을 때 그녀가 알 수 있었던 것은 몇 개월 후면 아기가 태어난다는 사실뿐이었다. 아들일지 딸일지, 속을 썩이는 문제아로 자랄지, 성인의 반열에 오를 거룩한 인격체로 자랄지 그녀는 알 수 없었다. 그녀가 할 수 있는 일은 오로지 기도뿐이었다. 태어날 아기를 위한 기도는 임신 사실을 아는 순간부터 시작됐다. 하느님의 거룩한 뜻을 받들고 살아가는 사람이 되길. 자신보다는 타인을 위해 살아가는 사람이 되길. 그녀는 두 손을 모았다.

그러나 그녀의 기도가 닿은 곳은 어디였을까. 9개월 동안 모니카의 뱃속에서 꿈틀대다 태어난 아들은 그녀의 기도와는 상반된 삶을 살았다. 창녀촌은 항상 아들 근처에 있었다. 결혼을 한 후에도 아들은 변하지 않았다. 창녀촌을 기웃거리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아들을 향한 모니카의 기도 역시 멈추지 않았다. 포갠 두 손 위로 떨어진 눈물은 작은 양동이를 채우고 웅덩이를 만들고 큰 호수로 흘러 들어갔다. 아들이 마침내 그녀가 원하는 세계로 돌아왔을 때 그녀의 얼굴은 눈물투성이였다. 마니교를 벗어나 카톨릭 교인이 된 아들, 아우구스티누스. 그때 그의 나이가 서른 세 살이었으므로 그녀의 기도는 33년을 이어온 셈이다.

세상의 모든 어머니는 위대하다. 모니카처럼. 내 어머니도 위대하고 친구의 어머니도 위대하고 내 아내도 어머니로서 위대하다. 예외는 없다. 28년 전, 내 아내도 엄마가 되었다. 몇 년 동안 바라던 아기가 태어났을 때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었다. 나는 그저 아내의 빠른 몸놀림을 지켜보면 될 뿐이었다. 밤중에 울어 젖히는 아기 울음소리에 일어나려고 눈을 뜨면 아기 울음소리는 저만치 먼 곳으로 달아나고 없었다. 아내의 품에 안긴 딸은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다시 잠으로 빠져들었다. 행동이 그렇게 빠른 아내가 아니었는데 아기를 위한 모성이 작동할 때면 아내는 눈 깜짝할 사이 공기를 갈랐다. 내 손이 닿기 전 아내의 손이 먼저 딸의 몸에 닿았다. 아내의 빠른 몸동작은 하루 이틀이 아닌 몇 달 동안 지속됐고 몇 달은 몇 년으로 이어졌다. 자식은 함께 키우는 것 아니냐는 핀잔이 들려올 만도 한 데 내 귀 주위는 잠잠했다. 모성은 그런 것이었다. 세상 모든 어머니의 위대함은 그런 것이었다.  자식을 키우는 것은 오로지 자신의 몫인 양 불평 한마디 하지 않는다. 끊임없이 자식을 위해 기도를 드린 모니카처럼 세상의 모든 어머니는 자식을 위해 제 인생을 산다.

모니카의 품으로 돌아온 아우구스티누스는 진리에 목이 말랐다. 진리를 찾아 매진한 시간의 끝은 신과의 만남이었다. 신이 진리였고 세상의 모든 것이었다. ‘이제서야 당신을 찾았습니다. 늦었지만 찾았습니다. 밤새 당신과 씨름한 야곱처럼 저도 당신을 놓지 않겠습니다.’  아들의 기도 소리를 들으며 모니카는 눈을 감았다. 죽는 순간이 행복하면 그 인간의 삶은 행복했노라 말할 수 있지 않을까.  

행복한 모니카는 죽어 성인(聖人)이 되었다. 

?

  1. [아리조나 한인문인협회 회원작품] 春節 -한제 안응환

    봄바람 흘러 흘러 청매화 춤을 추고 박새들 떼를 지어 달 속을 날았더라 못 가에 파란 달은 이백의 벗이던가 世間 事 구족한 性品 春行萬國 이로세 춘행만국: 봄기운이 온 누리에 그득 하다
    Date2018.05.05
    Read More
  2. [아리조나 한인문인협회 회원작품] 미안해요 -이윤신

    세월이 나를 변하게 만들었다고 탓을 해보지요 속내는 내 성찰이 부족해 만들어진 것을 조금 덜고파 세월 탓으로 돌렸구려 눈에 티클이 들어가 흐릿해진 세상이라고 귀는 압이 높아져 멀리 들린다고 입은 더위 탓에 입술이 메말라 헛 소리 한다고 돌리며 위안...
    Date2018.04.26
    Read More
  3. [아리조나 한인문인협회 회원작품] 씨애틀 -최혜령

    잿빛 안개가 뿌옇게 도시에 둘러앉아 비라도 오려는지 “씨애틀 날씨는 늘 우울해”라고 중얼거리며 에스프레소 비바체* 카페로 향한다 소이라떼의 달콤한 거품을 입에 물고 노란 수선화가 수줍은 거리를 창밖으로 내다 본다 붐비는 카페 안 겨우 자리를 찾아 ...
    Date2018.04.20
    Read More
  4. [아리조나 한인문인협회 회원작품] 모니카 -김률

    모니카는 마침내 엄마가 되었다. 임신 사실을 알았을 때 그녀가 알 수 있었던 것은 몇 개월 후면 아기가 태어난다는 사실뿐이었다. 아들일지 딸일지, 속을 썩이는 문제아로 자랄지, 성인의 반열에 오를 거룩한 인격체로 자랄지 그녀는 알 수 없었다. 그녀가 ...
    Date2018.04.13
    Read More
  5. [아리조나 한인문인협회 회원작품] 풀어 놓은 꿈 보따리 -아이린 우

    시집을 가만히 펼쳐 본다 첫 아이를 낳았을 때 처럼 신기하고 예쁘다 그 흔하다는 시집이 내게 이토록 소중한 건 평생 시를 사랑하고 쓰고 발표 했음에도 시집으로 묶어 내는 일이 이제서야 마무리 됐기 때문이다 세상사는 이야기 사랑얘기 추억 그리움 인연 ...
    Date2018.04.06
    Read More
  6. [아리조나 한인문인협회 회원작품] 리스보아* -이범용

    도시는 잿빛으로 늙어있었다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산으로 오르는 자갈 포장길은 기다리며 세월을 삭힌 한스런 발길에 별빛이 가득 차도록 말갛게 달아있었다 한때 용감한 리스보아의 젊은이들은 함성을 지르며 뱃전으로 달려가 산더미같은 파도와 싸우며 북을...
    Date2018.04.01
    Read More
  7. [아리조나 한인문인협회 회원작품] 산길을 걸으며 -박 찬희

    한 겨울 마른 풀잎 무성하게 자란 산길을 걷습니다 허리굽은 산등성이는 무시로 바람을 키워 바위와 돌부리로 길을 내어 줍니다 어떤이는 돌 부리만 가득한게 무슨 길 이냐고 푸념이지만 돌 자갈 무성한 바위숲도 숲이 된다고 참고 견디어 만든 숲이라는 바람...
    Date2018.03.23
    Read More
  8. [아리조나 한인문인협회 회원작품] 관조 -한제 안응환

    뿌려진 숨은 생각 손끝에 모아놓고 구름 위 흰색 좌복 사뿐히 올라 앉아 내 안에 숨어버린 나 가만히 쳐다 본다 멈춰진 날 숨소리 수미 산의 번뇌인가 흩어진 반가부좌 족삼리의 반란인가 天涯 의 백척간두 너를 좆아 올랐더라 너와나 없어지니 숨은 달 불어...
    Date2018.03.18
    Read More
  9. [아리조나 한인문인협회 회원작품] 오렌지꽃 -이윤신

    코끗에 머무는 달콤 살콤한 향은 내 어릴적 친구 진아의 살겨운 정이 불어오고 햐얀빛 작은 꽃잎에 달려와 꿀을 빠는 벌들을 보니 어여쁜 진아의 사춘기 추억이라네 푸른잎 푸르러 바람에 허드러진 속삭임은 숨죽여 들었던 진아의 사랑이야기 펴져가고 햇빛 ...
    Date2018.03.09
    Read More
  10. [아리조나 한인문인협회 회원작품] 티피* -최혜령

    나무 기둥 서너 개를 물소 가죽으로 덮어 만든 티피 안에서는 흙모래 바닥에 양탄자 한 장 깔아 놓아 겨우 삶을 지탱한다 어머니가 장작불 지펴 습관으로 빵을 굽고 소금을 넣어 양고기 국을 끓일 때 할머니가 직조하는 씨실은 날실 위를 지나면서 슬픈 역사...
    Date2018.03.03
    Read More
  11. [아리조나 한인문인협회 회원작품] 눈물 많은 남자 -김률

    눈물이 많아졌다는 것을 나는 알지 못했다. 적어도 문인 협회 회원과 대화를 나누기 전까지는. 지난달 문인 협회 모임에서 내 옆자리에 앉은 회원이 눈물 타령을 했다. 요즘 TV를 보면 시도 때도 없이 나오는 게 눈물이라고 했다. 슬퍼서 주르륵, 기뻐서 또 ...
    Date2018.02.23
    Read More
  12. [아리조나 한인문인협회 회원작품] 마음의 근육 -아이린 우

    처절하도록 아름다웠던 삶의 이유가 잘 익은 포도주 같아서 마지막 식탁을 위로해 주는 보람으로 남았으면 좋겠다 아는가 육체의 근육이 혹사당해 일으키는 반란보다 마음의 근육이 일으키는 반란이 더 아프다는 것을 쉽고 찬란해도 갈 수 없었던 길이 있다 ...
    Date2018.02.16
    Read More
  13. [아리조나 한인문인협회 회원작품] 민호 할머니 -박 찬희

    저문 가을 산마루 눈빛이 민호 할머니네 담장을 기웃댄다 서너평 텃밭에 올망 졸망 새끼 키우듯 바지락 대던 손길로 키운 배추며 무우들과 나눈 푸른 독백만 무성하다 마음놓고 사는일이.아득하다며 턱 찬 숨결로 지탱하던 주름진 넋두리도 새벽 안개 속으로 ...
    Date2018.02.09
    Read More
  14. [아리조나 한인문인협회 회원작품] 바람이 분다 -이윤신

    바람이 분다 내 기억의 한자락을 담아 불어온다 스치는 바람결 따라 고개 돌려보니 나뭇잎 초연이 떨어지는 모습이 초로의 여인네 분 냄새 담아 파란 하늘에 휘갈기며 다소곳이 수줍은 듯 땅에 떨어지네 이 사연 저 사연 이런저런 이야기 풀어헤치며 바람 불...
    Date2018.02.02
    Read More
  15. [아리조나 한인문인협회 회원작품] 눈물의 길 -최혜령

    간밤엔 뜬눈으로 새웠다 아직 깊은 잠에 빠져 이리저리 포개져 있는 아이들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아내와 어머니는 언제 일어났는지 그림자처럼 움직인다 짐이라야 양탄자 벽걸이 한 개, 담요 한 장, 양푼 두어 개뿐인데 노끈으로 묶기를 반복한다 고통스러운 ...
    Date2018.01.26
    Read More
  16. [아리조나 한인문인협회 회원작품] 사모곡 -한제 안응환

    사모곡 1 (사설시조) 가슴이 멍이 들어 숯처럼 까매질 때 꿈속에서 당신을 나도 몰래 찾아본다. 자오록이 피어나는 골 안개 속 작은 못가 정갈한 당신 모습 홀연히 찾아온다. 슬픔 고인 눈을 보고 감싸주는 작은 미소 깊은 산사 목탁 소리 울음을 깨워준다. ...
    Date2018.01.20
    Read More
  17. [아리조나 한인문인협회 회원작품] 굿바이 샤일록 -김률

    낯선 곳으로의 여행은 내 눈과 귀를 분주하게 만든다. 가슴이 뛴다. 태평양을 건너 미국 대학에서의 첫 수업이 시작되기 전 내 눈은 동그래졌다. 수업을 기다리는 학생들이 강의실 복도에서 연출한 풍경이 생소했다. 채소를 파는 시골 장터 할머니처럼 학생들...
    Date2018.01.14
    Read More
  18. [아리조나 한인문인협회 회원작품] 피닉스 -아이린 우

    황금빛 깃털을 한 커다란 새가 하늘을 덮자 순식간에 비가 내렸다 태양의 신 벤누의 상징 불사조는 아리조나를 수호하고 있었다 태양 부활 창조의 의미인 불사조(피닉스)를 이름표로 달고 날로 번창하는 도시에 우리가 살고 있었다 시커멓게 몰아치는 모래폭...
    Date2018.01.06
    Read More
  19. [아리조나 한인문인협회 회원작품] 고백합니다 -박 찬희

    방안 구석 구석 숨 죽여 앉은 먼지 쓸고 또 쓸었습니다 가식과 위선의 내 마음 속 먼지 시샘과 욕심으로 얼룩진 나의 분신들, 어둠에도 두깨가 있어 두껍게 두껍게 쌓여 있습니다 오욕의 뿌리가 깊어 나를 탄식하고 나를 슬퍼 합니다 나약하고 부끄러운 마음 ...
    Date2017.12.29
    Read More
  20. [아리조나 한인문인협회 회원작품] 보내렵니다 -이윤신

    지나는 한 해의 달력에 손 지문을 찍으며 보내렵니다 달력을 보며 손가락으로 가리켜 그날그날 눈 맞추며 오늘의 약속들을 마음속에 새겨놓은 지문들을 고이 접어 하늘에 띄웁니다 친척 대소사는 검정 사인펜으로 점찍고 아들딸 낭군님 생일은 빨강 볼펜으로 ...
    Date2017.12.22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Next
/ 16
롤링배너1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