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황야에 바람이 세차
마른 풀더미를 감아올리고
가난한 창틈 새로 모래가 서걱인다
마당 언저리에 문명과는 동떨어진 뒷간이
엉거주춤 바람을 마주한 채
지독한 냄새를 풀풀 날리고 있다
젊은이들은 부족 마을을 떠나고
지팡이에 의지한 늙수그레한 사람들만
노을로 물들어 간다
희망이 비껴간 주름진 가슴앓이는
육체를 갉아 먹어
온 몸뚱이가 다 아프다고 절룩인다
나바호 마을로 선교 차 오신 김 목사님은
수십 개의 침을 꽂으며 기도하시고
사모님은 아픈 혈을 주무르신다
거센 바람이 창문을 연신 두드려도
어둡고 가난한 삶의 두께는
표정을 가늠할 수 없는 모습으로 굳었다
나바호 말을 떠듬거리는 아이들 몇이
침략자의 언어로 재잘대며
까르륵 웃는 소리가 바람에 날린다
나바호 마을 교회로 선교 가서…3/14/ 2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