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Z 포스트::문학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LL-Blog_Sorens_Kantian-Liberalism_1200-1024x576.jpg

 

 

세시 반이라는 시각이 우연히 눈이 들어올 때면 어김없이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칸트는 매일 그 시각에 읽던 책을 덮고 집을 나섰다쾨니히스베르그에 있는 자신의 동네  바퀴를 도는 짧은 여정을 시작하는 것이다습관은 나무 껍질에 글자를 새긴 것과 같다고 아일리스는 말했다 나무가 커감에 따라 글자도 커진다세시 반이라는 글자를 새긴 칸트의 나무는 무려 80년을 자랐다습관을 만드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지는 실패를 해본 사람은 안다여지껏 변변한 습관 하나 없는 내가 그 증거다칸트의 위대함이 여기에 있다생각하는 칸트보다 걷는 칸트가 철학자 칸트에게 더 잘 어울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지난  문인회 모임에서도 나는 칸트를 떠올리는 순간이 있었다세시 반이 한참이나 지난 저녁 아홉 시경이었다 회원이 자신의 습관을 주제로 발표를 마쳤을 때 그 회원의 얼굴에 겹쳐오는 얼굴이 칸트였다칸트의 규칙적인 삶에서 경이감을 느끼듯 나는 오랫동안 지속됐을 그 회원의 의지와 그 의지로 길들어진 습관이 부러웠다부러워했던 사람은 나만은 아닌 듯 회원들은 계속해서 습관에 대해 얘기했고 마침내 하나의 안건으로 귀착됐다새해를 맞아 첫 모임이었으니 새해 맞이 프로젝트라고 명명해도  법한데 다음  모임까지   해동안 이어갈 습관을 정해오는 것이었다쉽지 않은 프로젝트였지만 좋은 습관 하나 없는 내게는 꼭 필요한 프로젝트였다무엇을 습관으로 삼을까하는 고민은 모임이 끝나는 순간부터 시작됐다.

 

   한 주는 빠르게 지나갔고 습관을 찾기 위해 고민하는 시간은 점점 길어졌다깊은 산 어딘가 꼭꼭 숨어 찾기 힘든 산삼처럼 내 보물은 쉽게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한 걸음 물러서는 순간이 사물의 윤곽을 제대로 파악하는 순간임을 나는 그때 미처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다음 달 모임까지 아직 여유가 있으니 서둘러 정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의 끈을 늦추는 순간 내 머릿속이 반짝했다.

 

   2017년 송년회 모임에서 장기 자랑 시간이 있었다한 회원이 무대로 성큼성큼 걸어나가 시작한 팔굽혀 펴기가 무려 50개였다나는 열 개도 안 되는 수준이었으니 내 입이 쩍 벌어질 수 밖에 없었다나이도 나보다 훨씬 많은 회원이었다팔굽혀 펴기바로 그것이었다.

   팔굽혀 펴기로 습관이 정해지자 팔뚝이 근질거렸다바닥에 등을 대고 있던 몸을 뒤집어 시작한 팔굽혀 펴기는 열 개를 간신히 채우고 끝이났다그러나 열 개는 시작으로 충분히 만족스러운 것이었다.

 

  칸트는 길게 살았다80년을 살았다. 18세기 당시 남성 평균 수명이 40살이 채 안되었다고 하니 평균 수명의  배를 산 것이다현재의 팔십 세 평균 수명으로 따지면 160년을 산 셈인데 과연 규칙의 화신칸트답다그러나 나는 칸트처럼 평균 수명을 훨씬 웃도는 긴 삶을 살고 싶은 마음이 없다내 시대의 평균 수명만큼만 살면 그게 내겐 대박이다.

 평균 수명의 삶을 생각하자 궁금해지는 게 있었다내가 팔십까지 산다면긴 세월의 팔굽혀 펴기로 가슴이 오똑 솟은 이 몸은 과연 몇 개의 팔굽혀 펴기를 해 낼 수 있을까나이 육십을 훨씬 넘긴 회원이 거뜬히 해치운 50개를 상상한다면 지나친 욕심일까거기에 대한 대답을 위해서라도 팔십까지는 매일 팔굽혀 펴기를 하며 기를 쓰고 살아 볼 일이다.      

?

  1. [아리조나 한인문인협회 회원작품] 눈을 감으니 -아이린 우

    르누아르 그림(City Dance) 속에서 하얀색 드레스 를 곱게입고 머리에 꽃 장식을 한 내가 춤을 추고 있다 "로마의 휴일" 오드리 햅번이 되어 동전을 던지며 소원도 빌어 보고 흰색 벽에 빠알간 감색 지붕을 한 아름다운 이태리 언덕 마을의 골목길도 거닐고 ...
    Date2019.03.16
    Read More
  2. [아리조나 한인문인협회 회원작품] 사랑 -이윤신(소모즈)

    순간에서 순간으로 이어짐은 한 호홉 사이에 내 삶이 달려있고 내 사랑이 익어가네 사랑이 멀어짐은 들숨과 날숨이 고르지 못함을 느껴질 때 사랑이 사라지고 있음을 인지하네 난 그대에게 사랑의 에너지였음을 시들어가는 피부의 마른 낙엽 소리에 세상이 사...
    Date2019.03.03
    Read More
  3. [아리조나 한인문인협회 회원작품] 스쳐가는 모든 것 -최혜령

    사람 바람 웃음 햇빛 인연이란 느낌으로 사랑하는 것도 바람처럼 내 곁을 스쳐지나가요 마음속 잡초 뽑아가며 사랑 하나 키워 보지만 자라기도 전에 떡잎에 황이 들어요 삶에서 사랑에서 방황하던 길 바람에 휘청일때 그대 누구 한사람 무턱대고 믿어보세요 ...
    Date2019.02.24
    Read More
  4. [아리조나 한인문인협회 회원작품] 겨울 속에 그리운 여름 -권준희

    유리창이 들여보낸 따스한 햇살 아기 담요 만큼 깔여진 곳에 발이 시려우니 그 햇살까지 등에 업고 앉아보았네 구박했던 여름 햇살 살짝 그리워지니 들킨 마음 간사하여 웃고 있구나 뜨거운 태양 하늘에 걸어놓고 곡식마다 알곡 되게 땀 흘렸던 너 그늘조차 ...
    Date2019.02.17
    Read More
  5. [아리조나 한인문인협회 회원작품] 새해 맞이 프로젝트 -김률

    세시 반이라는 시각이 우연히 눈이 들어올 때면 어김없이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 칸트는 매일 그 시각에 읽던 책을 덮고 집을 나섰다. 쾨니히스베르그에 있는 자신의 동네 한 바퀴를 도는 짧은 여정을 시작하는 것이다. 습관은 나무 껍질에 글자를 새긴 것과 ...
    Date2019.02.10
    Read More
  6. [아리조나 한인문인협회 회원작품] 풍요 -아이린 우

    너무 애쓰지 말자 아직 나누어줄 마음과 사랑이 넉넉한 삶은 풍요롭다 넘처도 더 움켜 쥐고싶고 서로 나눌줄 모르는 사람은 춥고 가난하다 빈과 부는 더 많이 소유한 것으로 구분되지 않는다 주고 또 주어도 줄 사랑이 넘치는 당신은 이 세상 최고의 갑부다 ...
    Date2019.02.02
    Read More
  7. [아리조나 한인문인협회 회원작품] 12월 -박찬희

    해 저물도록 잰 걸음으로 걸어온 시간이었습니다 한해가 잠시 잠깐입니다 문득 뒤돌아본 발자국엔 온갖 기억들이 머물러 있습니다 수많은 헛발질로 살아온 나는 못내 아쉬운 마음만 아프게 아프게 꽃으로 피어납니다 세상은 해가 뜨면 거품 많은 세상이었고 ...
    Date2019.01.28
    Read More
  8. [아리조나 한인문인협회 회원작품] 옆에 있었는데 -감명옥

    옆에 있었는데. 없네 옆에 있었는데. 더듬어도 없네 옆에 있었는데. 불러도 없네 옆에 있었는데. 돌아봐도 없네 옆에 있었는데. 찾아가도 없네 옆에 있었는데. 이제는 홀로 서있네 옆에 있었는데. 이제는 마음에 있네 옆에 있었는데 이제는 내 추억 속에 있네
    Date2019.01.21
    Read More
  9. [아리조나 한인문인협회 회원작품] 새해 -이윤신

    새로운 해가 떠오른데요 말만 들어도 가슴이 뛰네요 힘들었을 그네들의 품속에서 외롭지 않게 버틸 수 있는 우리들의 모습을 보았지요 보이는 당신이 있기에 눈이 기뻤고 잘 지내었냐는 전화 소리에 귀가 즐거웠고 정성스레 만든 음식 나눔의 손맛에 혀끝이 ...
    Date2019.01.13
    Read More
  10. [아리조나 한인문인협회 회원작품] 고향 냄새 -최혜령

    튼실하게 잘 여문 논배미 벼이삭 논두렁 가 코스모스와 정담으로 살랑일 때 여느 집에선 햅쌀밥 짓는 냄새가 구수하다 두어 평 밭떼기 들깨 농사를 두드리는 휘청인 오후 한나절 탁주 한잔 올린 상엔 말랑한 도토리묵에 뿌려진 들기름이 고소하다 검정 고무신...
    Date2019.01.07
    Read More
  11. [아리조나 한인문인협회 회원작품] 푸르다 맑다 높다 -박희원

    강아지는 다리 사이의 박스 안에서 조용했다. 피닉스, 이곳으로 이주하는 길이었다. 그때가 언제쯤이었는지 벌써 아득하기만한데 유홀 트럭의 덜컹거림 속에서도 강아지는 줄곧 잠만 잤다. 아들은 6살, 학교도 입학하기 전이었다. 미지의 세계에 대한 동경이...
    Date2018.12.23
    Read More
  12. [아리조나 한인문인협회 회원작품] 그대 울고 계신가요 -아이린 우

    왜 당신께선 흘러 넘치지 않을 만큼만 울고 계신가요 얼마나 힘드십니까 참을수록 커지는 아픔 입니다 그냥 우세요 의식이 투명해 질때까지 왜 울고 있는지 망연해 질때까지 그리하여 절제된 슬픔에서 자유로워진 투명한 눈으로 희망도 보시고 계속 옆에 서 ...
    Date2018.12.16
    Read More
  13. [아리조나 한인문인협회 회원작품] 무상(無常) -한제 안응환

    꽃 피니 바람 멎고 바람 부니 꽃이 지고 지혜의 불꽃 속에 깨달음 건져보니 일체는 영원함 없이 허공 속 구름일세
    Date2018.12.09
    Read More
  14. [아리조나 한인문인협회 회원작품] 단풍들다 -박찬희

    책갈피 속 단풍 몇 잎이 가을 바람을 일으킨다 저문 가을 들녘을 헤매였을 향기가 단풍잎 사이에 걸려 한 호흡으로 감싸 안고 있다 익숙한 것과의 이별은 가느다란 떨림으로 전율이 되고 마는데 고국을 떠나오던 날 차창 밖 빗줄기에 시선 두지 못한 아득한 ...
    Date2018.12.01
    Read More
  15. [아리조나 한인문인협회 회원작품] 문신처럼 가슴에 새긴 말 -아이린 우

    "사랑" 이라는 말 그 말이 나를 떠메고 쉽지않은 먼 길을 내달려 단숨에 여기까지 데려다 놓더라
    Date2018.11.05
    Read More
  16. [아리조나 한인문인협회 회원작품] 어머니의 기억 - 박 찬희

    세상 사는 일이 각박하다고 말하지만 난타나 꽃 올망졸망 눈빛 고운 담장 안 4대가 어울리며 살아가는 친정 셋째딸 마음이 초록으로 빛나요 성당 다녀오시고 또 가신다는 깜빡 대는 등잔불 기억 친정 어머닌 세월을 받아 안고 어제도 오늘도 화투 받이 되어 ...
    Date2018.10.21
    Read More
  17. [아리조나 한인문인협회 회원작품] 세도나에서 꿈을 꾸다 -박희원

    눈 뜬 세상이 꿈 같은 순간이 있다. 얼굴에 와닿는 다소 쌀쌀한 공기가 꿈이 아님을 말해주고 있었지만 내게는 세도나에서의 순간 순간들은 온통 꿈처럼 느껴졌다. 내 눈 앞에 새벽녘의 붉은 바위가 서 있었고 한걸음 한걸음 내딛는 발걸음이 있었고, 그리고 ...
    Date2018.10.13
    Read More
  18. [아리조나 한인문인협회 회원작품] 삶 -이 윤신(소머즈)

    각자의 삶이잖소 어떤 삶이 잘 살았고 못 살았고가 있겠소 그들의 삶은 그들의 선택이었다고 말하고 싶소 그 선택에는 지혜와 어리석음으로 나누어졌을 뿐이오 내 탓 네 탓으로 돌리지 마오 시시비도 가리지 마오 옳고 그름도 말하지 마오 각자 마음의 잣대로...
    Date2018.10.07
    Read More
  19. [아리조나 한인문인협회 회원작품] Copper Mine* 밤하늘의 별 -최혜령

    흙먼지 속에서 뒹굴다 잠이 든 아이 얼굴에는 별이 있습니다 그 아이의 할아버지의 할아버지에게 꿈을 주고 그 아이의 할아버지가 패배의 굴욕을 당할 때도 그 자리에 있었던 별입니다 새카만 얼굴에 반짝이는 눈과 어두운 밤에 반짝이는 별이 사람은 자연의 ...
    Date2018.09.30
    Read More
  20. [아리조나 한인문인협회 회원작품] 산 길을 가다 -박 찬희

    며칠전 산 길을 가다 돌 부리에 걸려 넘어졌습니다 나도 낙엽처럼 푸석 거렸습니다 산다는 것 어쩌면 수많은 모서리와 모서리 부딪히며 생의 숨소리 날리고 그리움 한 가득 내 마음에 걸려 넘어지고 보이지 않는 거미줄에도 걸려 파닥대는 모양이라니 길 속에...
    Date2018.08.27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 4 5 6 7 8 9 10 11 12 13 ... 16 Next
/ 16
롤링배너1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