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이 이토록 밝은 밤엔
하염없이 흩날리는 꽃비를 맞으며 걷고 싶다고
니가
마음들뜬 봄밤을 얘기한다
두렵다
그 설레임이 낯설게 느껴지는
스스로 문 닫아버린
너무 길어진 의식의 단절이......
친구를 자르고
추억을 자르고
그리움을 자르고
세월을 자르고 모두 다 잘라내고
흠칫
눈알만 남아 말똥 거리는
내 모습을 보았다
이 모습은 내가 아닐 것이다
암울하고 불안한 이곳은 어디인가
어둠속에서 잡았던 따뜻한 손은 누구였을까
닫힌 문을 간절하게 노크해준 이여
꽃비가 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