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전 끔찍한 투산 총격사건, 불굴의 의지로 다시 선 기퍼즈 전의원
머리에 총을 맞고 혼수상태에 빠졌다. 총알이 두개골을 관통했기에 생존 가능성은 희박했다.
남편은 그러나 장례식 준비 대신 희망에 매달렸다.
남편인 마크 켈리는 "아내의 완치를 크게 기대하고 있다. 이 말을 했더니 아내도 알아들었다. 투사라고 할 정도로 아내는 의지가 강한 사람"이라며 생존에 대한 희망을 놓지 않았다.
그리고 나흘 뒤 의식을 회복했다.
의료진은 기적이라고 했다.
가브리엘 기퍼즈(51) 당시 민주당 아리조나주 연방하원의원의 스토리다.
기퍼즈 의원을 중태에 빠뜨렸던 이 사고는 10년 전인 2011년 1월 8일 그의 지역구 투산의 한 마켓 앞에서 발생했다.
그를 노린 총기사고로, 당시 행사장에 모인 인파 중 6명이 사망했고 기퍼즈를 포함한 12명이 중태에 빠졌다.
기퍼즈의 육촌인 할리우드 스타 귀네스 팰트로는 "기퍼즈 의원의 회복을 위해 기도하겠다"는 입장을 냈다.
기퍼즈를 치료한 의사는 한국계로, 피터 리 아리조나대 외과의였다.
꼭 10년이 지난 8일, 뉴욕타임스(NYT)는 기퍼즈 의원을 특별 칼럼니스트로 초청했다.
재활 훈련 때문에 의원직을 중도 사퇴한 그는 현재 총기 소지 반대 및 사고 희생자를 위한 단체를 이끌고 있다.
기퍼즈는 작년 8월 한 행사에서 "우리는 총격이 계속되도록 놔두거나 아니면 반대로 행동할 수 있다. 우리는 우리 가족과 미래를 보호할 수 있다"며 총기 소지 반대에 정치인들뿐만 아니라 일반 시민들의 동참을 촉구했다.
기퍼즈 의원의 생존 10주년 축하 인사는 곳곳에서 쏟아졌다.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당선인은 페이스북에 "나의 소중한 친구 개비(기퍼즈의 애칭)가 10년 전 이날 끔찍한 일을 당했다"며 "개비는 용기를 갖고 비극을 목적의식으로 전환시켰다"고 썼다.
기퍼즈와 포옹하는 사진과 함께 올라온 이 글은 2만개가 넘는 '좋아요'를 받았다.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도 페이스북에 기퍼즈의 NYT 칼럼 내용을 공유했다.
기퍼즈는 NYT 칼럼에서 자신의 불행에 초점을 두지 않았다.
대신 그는 미국의 통합을 얘기했다.
자신과 똑같이 총탄에 스러진 에이브러햄 링컨을 화두로 꺼내면서다.
그는 "나는 다행히 운이 좋아 목숨을 건졌지만 링컨에 비하면 보잘것없다"라며 "링컨이 (남북 전쟁으로 갈라진) 미국을 통합하기 위해 기울였던 노력을 되새겨야 할 때"라고 적었다.
기퍼즈는 이어 6일 발생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지지 시위대의 의회 난입을 언급했다.
"나를 죽음으로 몰고 갔던 총격 10주년을 맞이한 이번 주, 우리 사회는 충격에 빠져있다"며 "그러나 링컨은 자신의 어린 아들이 죽은 뒤에도 아픔을 이겨내고 사회 통합을 위해 애썼고, 우리는 그의 꿋꿋함과 의지를 배워야 한다"고 썼다.
기퍼즈 의원의 희망 스토리는 미국 정치권 여야 모두에 울림이 크다.
그가 회복에 전념하기 위해 의원직을 사퇴했던 2012년, 미 하원은 여야를 막론하고 그에게 힘찬 박수를 보냈다.
당시 하원의장이던 존 베이너 공화당 의원도 그를 눈물로 배웅했다.
당시 사고에서 회복이 덜 되어 말이 아직 어눌했던 그를 대신해 친구인 데비 슐츠 의원이 그의 소감문을 대신 읽어 내렸다.
버락 오바마 당시 대통령도 참석해 기퍼즈에게 격려의 포옹을 했다.
기퍼즈는 그러나 정계 복귀는 포기했다.
대신 그의 우주인 남편인 마크 켈리가 그 뜻을 이어받았다.
켈리는 미 항공우주국(NASA) 소속으로 우주 탐사에도 수차례 나섰던 베테랑 우주인이자 미 해군 소속 대령이었다.
그의 2011년 퇴역식엔 당시 부통령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이 직접 참석해 유공훈장을 달아줬다.
당시 바이든은 "훈장 달아주기가 어렵다"며 "개비가 나보다 훨씬 낫다"고 말하기도 했다.
기퍼즈 본인은 정치를 포기했으나 대신 남편을 정계로 보냈다.
켈리는 은퇴 후 부인의 권유로 2019년 정계에 진출, 지난해 아리조나주에서 연방상원의원에 당선됐다.
공화당 텃밭인 아리조나주에서 현직 공화당 의원을 꺾었다.
누구보다 열렬한 선거운동원이 기퍼즈였다.
남편이 의원 취임 선서를 하는 자리에 참석한 기퍼즈 의원은 "감격스럽다"며 "누구보다도 잘해낼 것"이라고 소감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