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8일 실시된 아리조나주 중간선거 결과 윤곽이 거의 드러났다.
이번 선거에서 가장 관심을 모았던 연방상원의원 1석과 주지사직은 모두 민주당 후보들이 차지했다.
아리조나주 연방상원의원, 민주당 마크 켈리 승리
투표 3일 뒤인 11일 발표된 결과에 따르면 현 상원의원인 마크 켈리 민주당 후보가 공화당의 블레이크 매스터스 후보를 물리치고 재선에 성공했다.
98% 개표 시점상 켈리 후보는 131만454표를 얻어 51.4%의 득표율을 보이면서 118만5841표로 46.5% 득표율을 기록한 공화당의 블레이크 매스터스 후보를 제압하며 당선을 확정지었다.
항공우주국(NASA) 소속 우주비행사 출신인 켈리 당선인은 지난 2020년 고 존 매케인 전 의원이 지병으로 숨지면서 공석인 된 아리조나주 연방상원의원 선출 보궐선거에 출마해 당시 상대 후보인 미국 최초의 여성 전투기 조종사 출신 마사 맥샐리(공화당)을 꺾고 2년 임기를 수행한 바 있다.
2011년 1월 당시 아리조나주 연방하원의원이던 부인 기퍼즈가 투산에서 열린 유권자 행사 도중 괴한의 총에 맞아 머리를 다치자, 켈리는 이듬해 미국 항공우주국(NASA)을 그만두고 투산으로 이주하면서 아리조나 정치계에 발을 들여 놓게 됐다.
켈리 후보의 이번 당선으로 아리조나주는 2020년에 1952년 이후 처음으로 연방상원의원직 2개 모두를 민주당이 차지한 흐름을 계속 이어가게 됐다.
아리조나 주지사, 민주당 케이티 홉스 승리
아리조나 주지사직을 놓고는 민주, 공화당 양 후보가 치열한 접전을 벌인 끝에 투표 일주일 만에 그 결과가 나왔다.
15일 기준으로 개표가 98% 진행된 시점 기준으로 49.7%를 득표한 공화당 캐리 레이크 후보가 50.3%의 표를 얻은 민주당 케이티 홉스 후보에 석패했다.
득표수 차이는 단 1만7249표로 두 후보는 피말리는 접전을 벌였다.
투표 1주일 만에 나온 결과를 두고 두 후보의 반응은 극명히 엇갈렸다.
현 아리조나주 국무장관이기도 한 홉스 후보는 트위터에서 "민주주의는 기다릴 만한 가치가 있다"며 "아리조나 주민들께 감사하다. 여러분의 주지사가 될 수 있어서 영광스럽고 자랑스럽다"고 기쁨을 표현했다.
그러나 낙마의 고배를 마신 레이크 후보는 선거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으려는 듯한 자세를 보였다.
그가 방송사 예측에 대해 남긴 트윗은 "아리조나 주민들은 딱 보면 BS를 알아본다"는 한마디가 전부였다.
BS는 헛소리(Bullshit)를 뜻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는 선거운동 기간 CNN과 인터뷰 했을 때도 혹시 패배하는 경우 결과를 받아들이겠느냐는 질문에 끝까지 답변을 피한 적이 있다고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전했다.
지역 방송국 앵커 출신인 레이크 후보는 지난해 소속 방송사에 사표를 던지고 주지사 선거운동에 몰두해왔다.
AFP통신은 레이크 후보에 대해 "주류 언론·정치권에 대한 냉소로 정치적 자산을 쌓았다"며 "TV로 친숙한 얼굴에 트럼프식 정치 스타일을 결합,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MAGA)를 외치는 공화당 강경파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고 소개했다.
그는 실제로 2020년 대선 결과를 부정하면서 대선 당시 본인이 주지사였다면, 조 바이든 대통령의 선거 승리를 인정하지 않았을 거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레이크 후보는 본거지인 아리조나를 넘어 미 전역에서 MAGA 성향 극우 정치인으로 널리 이름을 떨쳤다.
그러나 이번 중간선거에선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지하던 극우 성향 후보들이 대거 낙선했고 레이크도 그 중 한 명이 됐다.
미시간, 네바다, 조지아주 등 트럼프 전 대통령의 주요 지지 후보가 모두 고배를 들었고 펜실베이니아, 위스콘신주 등에서도 극우 성향 후보들의 패배가 이어졌다.
아리조나 상황 역시 마찬가지다.
캠페인 팻말에 트럼프와 자신의 사진을 나란히 넣고 선거에 임했던 레이크 후보뿐만 아니라 선거운동에 돌입할 당시 역시 트럼프의 지지를 받았던 아리조나 연방상원의원 선거 후보 매스터스 후보 또한 패배를 피할 수 없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레이크 후보의 낙선에 대해 극우 성향 소셜미디어 '트루스 소셜'에서 "와, 저들이 캐리 레이크한테서 선거를 빼앗아갔다. 정말 나쁘다"고 말했다.
연방상원의원 2석 그리고 주지사직까지 민주당 소속 후보들이 모두 차지하게 되면서 한때 공화당 텃밭으로 분류되던 아리조나는 더 이상 공화당 우위 지역이 아니라는 점이 증명됐다.
아리조나 유권자들의 성향이 공화당에서 민주당 쪽으로 서서히 이동하고 있다는 건 이미 2018년 선거에서부터 그 조짐이 있었다.
당시 민주당의 커스텐 시네마 후보는 공화당의 마사 맥샐리 후보를 꺾고 당선되면서 30년 만에 아리조나 연방상원의원 자리 중 하나를 민주당이 차지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AP통신은 “2022년 중간선거에서 켈리 의원의 승리는 아리조나주에서 민주당의 성공이 트럼프 전 대통령 재임 기간 중 벌이진 일시적 현상이 아니었음을 시사한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9개의 아리조나 연방하원의원직 선거에서는 6석을 공화당 후보들이 승리해 아직은 우위를 점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주민발의법안 가운데 합법적 체류신분의 지위가 없지만 아리조나에 수 년 이상 거주해온 일명 드리머에 대한 주내 학비 적용 연장안인 308법안이 51.2% 찬성으로 통과되면서 불법체류 학생들이 학비 인상의 우려는 덜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