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반도체지원법(CHIPS and Science Act)에 따라 지원되는 보조금 신청이 곧 시작될 예정인 가운데, 이 법의 목표대로 미국이 세계 반도체 기업들의 생산시설 투자를 빨아들이고 있다.
2월 22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반도체산업협회(SIA) 자료를 인용해 이미 발표된 미국 현지생산 관련 신규 투자 프로젝트만 40여 개, 관련 투자계획 금액이 2천억 달러(약 259조원) 가까이에 이른다고 보도했다.
미국 기업인 인텔과 마이크론, 텍사스인스트루먼트(TI)는 모두 생산 능력 증설 계획을 발표했다.
또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기업인 대만 TSMC는 아리조나주에 400억 달러(약 52조원), 한국 삼성전자는 텍사스에 173억 달러(22조4천억원)를 각각 투자해 팹(fab·반도체 생산공장)을 건설한다.
지난해 8월 통과된 반도체법은 자체 반도체 공급망 확보를 목표로 527억 달러(약 68조원)를 지원하고 이 법의 지원을 받은 기업의 중국에 대한 기술 수출을 막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반도체법 보조금을 놓고 미국 각 주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아리조나주가 텍사스, 뉴욕, 오하이오 등과의 보조금 쟁탈전에서 일단 유리한 고지에 올라있다고 진단했다.
아리조나주에서는 1940년대부터 반도체가 생산됐으며 현재 반도체 관련 기업 115개가 있다.
무엇보다 최근 TSMC가 아리조나주 피닉스에 반도체 공장 두 곳을 짓는다고 발표하고 인텔도 공장 두 곳을 아리조나에 추가 건설하기로 하면서 반도체 투자 유치에서 앞서 나가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반도체법 자체에 대한 회의론이 나온다.
최근 TSMC가 아리조나 공장에 400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한 데 대해서 회사 내부에서 이견이 나오고 있다고 NYT가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회사 내부에서는 비용은 비싸고 미국의 인력 관리가 어렵다는 이유로 아리조나 공장에 대해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고 전해졌다.
많은 직원은 이런 계획이 TSMC가 오랫동안 경쟁자를 압도하는 데 도움을 줬던 연구개발(R&D)에 집중하는 데 방해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는 것이 소식통들의 전언이다.
TSMC는 2020년 5월 아리조나 공장 건설을 발표하면서 120억 달러(약 15조5천억원)를 투자하기로 했으며, 같은 해 12월에는 이를 400억 달러로 늘렸다.
TSMC는 이 건설 계획에 대해 대만에 공장을 짓는 것보다 비용이 4배 더 들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