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 많은 비가 내렸던 지난 겨울철 기상 때문에 아리조나의 심각한 가뭄 상태가 어느 정도 호전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방 가뭄 모니터에 따르면 아리조나주 전역은 작년 11월 29일 기준으로 "비정상적으로 건조" 또는 그 이상으로 분류되어 왔다.
하지만 겨울철 경험한 많은 강수량 덕분에 아리조나주의 가뭄상태는 2월 말 기준으로 32%까지 낮아졌다.
많은 기상학자들은 지난 겨울에 아리조나가 태평양의 해수면 온도가 정상보다 낮은 상태인 라니냐 현상으로 인해 건조한 겨울이 될 것으로 예측했지만 그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국립기상청에 의하면 플래그스탭은 작년 겨울 140인치 이상의 눈이 내렸는데, 이는 1949년 이후 가장 많은 눈이며 101년 동안 기록된 데이터 중 두 번째로 많은 적설량이다.
적설량이 중요한 것은 겨울철 내린 눈이 물을 저장하는 호수들의 수위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전력회사인 SRP가 관리하는 강과 저수지 중 버디 리버의 경우 산에 쌓였다 녹아내린 물 덕분에 1월 저수지 수위가 55%였지만 현재는 84%까지 상승한 상태다.
아리조나주 최대 인공호수 중 하나인 루즈벨트 레이크의 경우에도 호수로 배를 접안하기 위해 만들어 둔 구조물이 물 속에 잠겨 보이지 않는 상태라고 관리인들이 전하고 있다.
루즈벨트 호수 관리소 측은 "10년 만에 호수 수위가 이 정도로 높아진 건 처음으로 관측되는 일"이라고 전했다.
파월 레이크의 경우 또한 마찬가지다.
파월 레이크에 하우스보트를 띄워 많은 시간을 거기서 보내고 있다는 수지 펙은 "호수의 물이 눈에 띄게 차고 있다는 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그러나 아리조나 대형 호수와 저수지에 수위가 증가했다는 것은 크게 반길만 한 일이지만 아리조나는 여전히 물 부족 문제에 직면한 상태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아리조나 주립대학교(ASU)의 지리과학 교수인 기후학자 랜디 서베니는 "우기 한 번이 오랜 기간 계속되어 온 물 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만병통치약이 될 순 없다"고 경고했다.
그는 "미 서부 지역이 겪고 있는 물 부족이 해결되려면 최소한 몇 년 동안 지난 번과 같은 비 혹은 눈이 많이 오는 시즌이 있어야 한다"며 "당국의 잘 짜여진 계획과 주민들의 자발적인 물 절약이 계속 되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